‘9ㆍ15 정전 대란’은 정부가 잘 수습하고 국민들이 교훈을 얻는다면 전화위복의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가 얼마나 제대로 된 근본개선책을 만들어내고, 국민들이 에너지 절약의 절대적 심각성을 얼마나 절실하게 받아들이느냐다. 이 때문에 허점 투성이 대응체제를 획기적으로 개혁, 완벽에 가까운 비상안전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졸속이나 임기응변의 관료주의적 편법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관련 부처와 광범한 전문가들을 총동원, 최선의 비상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전력대란을 막기 어렵다. 사태의 정밀한 분석과 냉정한 실태조사로 전력의 수요와 공급, 장기와 단기, 정책과 산업, 시장과 소비자를 망라한 종합적인 정책 조합과 실행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 이제까지 치중한 공급중심 정책에서 더 나아가 에너지 부족 시대에 대응한 전력산업 구조조정과 수요관리가 시급하다. 에너지정책도 근원부터 다시 챙겨봐야 한다.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 공급구조, 석유ㆍ가스ㆍ전력 등 주요 에너지 가격구조 및 소비절약 구조의 개혁 등 기본 과제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비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체제와 한전의 경영난맥, 관료적 무사안일ㆍ책임회피와 폐쇄적 관할주의 철폐는 당연하다. 과장 통계와 허위 보고로 국가를 블랙아웃 일보 직전까지 몰아간 경악할 수준의 관리 허점, 시대착오적 규정과 낡은 매뉴얼, 그나마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안전불감증과 터무니없는 낙관주의를 도려내야 한다. 이 같은 혁신의 출발점은 대대적 인사 개편이다. 한전과 자회사의 경영진과 감사 22명 중 17명을 차지한 현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나라당, 대구ㆍ경북 및 고려대 출신과 전력거래소 임원 11명 중 4명에 이른 전 지경부 관리 등의 전문성과 경영능력의 재검증이 요구된다.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ㆍ경북 출신에 현대건설에서 한솥밥까지 먹던 후임 한전 사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력 과소비를 초래하는 낮은 전기요율과 요금체계 개편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전력 수급조절, 전기 공급, 지휘 감독을 맡은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지경부의 책임 소재 규명은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철저해야 한다. 절대 미봉은 안 된다. 장관 경질로 덮을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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