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기본이다. 원칙이란 말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운동이고 경영이고 공부고 뭐고 기본과 원칙 없이 대성하긴 어렵다. 금융은 특히 더하다. 저축은행 사태도 사안 하나 하나 기본을 지키지 않아 생긴 일이다. 경영자나 감독자나 심지어 예금자까지도 그렇다. 저축은행의 출발점은 서민금융이고 지역금융이다. 하지만 서울에, 강남에 지점 내기에 급급했다. 거액 고객 끌어들이기에 혈안이었다. 이미 기본을 넘어섰다. 그러니 편법이 횡행했다. 몇 군데 계열 저축은행을 가진 곳에선 거액을 들고온 고객에겐 여러 저축은행으로 쪼개서 입금해줬다. 원스톱 서비스다. 고객은 가만 앉아서 예금보장한도 이내의 통장을 여러 개 갖는다. 한 군데로 몰아서 대출해주지 못하도록 하는 동일인한도도 무용지물이었다. 거액 대출이 필요하다는 곳에는 여러 저축은행이 모여서 밀어줬다. 계주가 계를 모으는 식이다. 이른바 프로젝트 대출이다. 이 과정에서 은밀한 검은돈이 오가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다. 보장한도 5000만원을 넘겨 예금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도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몇 달이 지나도록 안전장치를 못 본 척한 데 대해 책임이 없다 하기 곤란하다. 금융당국도 사태가 이리 되도록 뭘 했느냐는 비난은 마땅히 감수해야 한다. 곪을 대로 곪은 저축은행의 파행경영을 몰랐다면 감독부실이다. 알고도 눈감았다면 직무유기다. 하긴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기는 청와대가 먼저다. 오래전에 저축은행 부실이 지적됐지만 성공적인 G20 정상회의라는 명제 앞에 수술을 뒤로 미뤘다. 잔치를 코앞에 두고 피 튀기는 수술을 어찌 하느냐는 얘기였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구조조정에 들어가 환부를 도려낸 것은 다행이다. 적어도 지금의 금융당국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듯 보인다. 그런 분위기는 곳곳에서 보인다. 뭔가 바로 잡히는 느낌이다. 표만 의식하는 국회의원들이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법을 만들자고 말 안 되는 소리를 할 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단호히 물리쳤다. 저축은행 검사인력을 완전히 물갈이해 새로 내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본에 충실한 검사와 발로 뛰는 경영진단이었으니 좋은 게 좋은 것이란 관행이 사라졌다. 현실을 감안해 달라는 아우성이 나왔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시장의 신뢰였다. 모기업이 영업정지된 토마토2저축은행을 제외하곤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다.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국내 외환시장이 환율전쟁터로 변했지만 주요 은행들은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리먼 사태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상황은 개선됐다.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37.6%로 2008년 위기 당시의 51.9%보다 크게 줄었다. 그것도 무역금융 등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불가피한 차입이 절반 이상 된다. 외환시장의 기본인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핫머니 유출입도 상당히 통제돼 있다. 그간 엄청나게 근력이 강화된 것이다. 근육이야 금융회사에 생겼겠지만 기본과 원칙을 챙기며 그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땀을 흘리도록 만든 트레이너(금융당국자)들의 공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은행에 계속 경고하고 있다. 기본에 바탕을 둔 경고다. 터지기 전에 알고 있으니 이보다 다행은 없다.
k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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