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LG전자 증자설이 확산되면서 LG그룹 관련주가 폭락세다. LG 측은 오후 6시 입장발표를 예고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증자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3분기 실적까지만 볼 때 당장 유상증자를 할 정도로 자금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실적악화, 또는 하이닉스 인수전 참가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하이닉스 인수전 참가에 대해서는그동안 여러차례 부인해왔던 만큼 실적악화에 따른 현금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익명의 모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는 “LG 측이 즉각 부인하지 않는 등 분위기로 봐서 증자를 하지 않겠느냐. 다만 당장 큰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왜 그런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3일 오전 한국거래소는 LG전자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회사측은 오후 6시까지 답변하겠다고만 밝혀 시장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발표한 LG전자의 3분기 실적자료를 보면 자금소요는 크게 세 군데다. 3분기 LG전자는 319억원의 영업손실에다 2347억원의 금융관련 손실, 그리고 2643억원의 관계기업 투자손실을 봤다.
먼저 LG전자 자체적으로 4분기에도 영업흑자로 전환하지 않으면 손실분만큼을 외부에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런데 3분기에만 2347억원읜 금융관련 손실을 볼 정도로 빚 부담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금융부담을 늘리는 회사채 등 차입보다는 유상증자를 선호할 수 있다. 모기업인 ㈜LG가 비교적 재무구조가 좋은 편인만큼 지분률 만큼의 출자여력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자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LG전자의 3분기 실적에서 관계기업 투자손익은 -2643억원인데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 각각 -2579억원, -235억원이다. 문제는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 침체로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좀처럼 좋아지지 않을 전망이란 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말 현재 전년동기대비 부채는 2조원 가량 늘고, 자본은 1조원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LG전자가 부채는 1조4000억원 늘고, 자본은 6000억원 가량 준 것보다 더 큰 폭의 악화다. 디스플레이 시황호전으로 인한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같은 악화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본투입을 통해 금융비용 절감과 적절한 투자재원을 확보할 이유는 있어 보인다.
차입여력이 있는 LG전자가 굳이 시장충격을 무릅쓰면서까지 증자를 추진하는 단초는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지적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차입비율과 세전이익(EBIT)을 추가적인 등급 및 등급전망 기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당장 영업이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입을 할 경우 국제신평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추가적인 등급하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LG전자의 현재 국제신용등급은 투자부정격등급인 정크 본드 수준에 겨우 두 단계 가량을 남겨놨을 뿐이다.
마지막 하이닉스 인수전 참가는 가능성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다. 현재 영업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규모의 인수합병(M&A)에 나설 경우 그룹 전체가 휘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최근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 스마트폰과 테블릿PC 등 새로운 성장동력에 주력하고 있는 마당에, 스마트폰과 테블릿PC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LG가 다시 반도체를 하려고 뛰어든다면 주가폭락은 물론 신용도에도 자칫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홍길용기자 @TrueMoneystory>/kyh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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