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애플社 탄생·성장

잡스의 비전 있었기에 가능

정쟁으로 얼룩진 우리 정치

기업가 정신 매진 무색케해

한달 전 작고한 스티브 잡스는 무척이나 괴팍하고, 어떤 때는 이율배반적이기까지 한 기업가였다. 최근 삼성과 벌이고 있는 소송전만 해도 그렇다. 잡스는 사후 발간된 전기에서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십수년 전 제록스 PARC로부터 이후 애플 제품의 핵심이 된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비트맵 기술 방식을 무단 도용한 것에 대한 변명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훗날 ‘IT업계 역사상 가장 의미심장한 도둑질’이라고 불린다. 잡스도 이런 표현에 동의했다. 그런 잡스가 삼성을 상대로 전 세계에서 디자인 도용 혐의로 소송전을 도발했다.

또 하나. 애플의 스마트 제품을 조립해주는 팍스콘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납품가격을 후려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삼성의 3배가 넘는 수익성의 이면에는 조립 하청업체의 눈물이 있다. 그는 또 자신감이 지나쳐 “고객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라.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독하게 말하는 경영자였다.

그렇지만 이런 사례도 있다. “그를 믿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한다는 확신을 굳히면 그는 반드시 그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이 정도의 로열티라면 애플이 해서 안 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자신의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하게끔 북돋워주는 동기부여 능력. 이것이 CEO 스티브 잡스의 마력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팀원들은 자발적으로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혁신기술을 만들어냈고, 잡스가 이들을 멋지게 상용화시켜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잡스는 코디네이터에 가까웠다.

그가 처음 컴퓨터를 시작할 때부터 가졌던 궁극적인 비전은 ‘멋진 디자인과 심플한 기능을 저렴한 가격과 결합하는 것’이었다. 가정의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컴퓨터가 보급되는 꿈을 이루고자 했다. 그 일관된 꿈이 십수년을 지나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탄생했다.

그는 이제 겨우 맥컴퓨터 하나 만들어 놓고는 “2년 내에 포춘 500대 기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호언했다. 실제 그렇게까지 되기엔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런 비전이 지금의 애플을 만들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일관된 꿈과 실행력, 이것이 잡스의 리더십이고 기업가정신이었다.

최근 경제단체들이 이른바 ‘기업가 주간’ 행사를 펼치고 있다. 1세대 창업자들이 기업을 일으켰을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말고, 기업이 국가와 사회에 대해 어떤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인지를 스스로 물어보고 새로운 방향을 찾자는 취지다.

그렇지만 우리 현실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대통령은 밖으로만 돌고, 정치권은 이미 마음이 총선ㆍ대선 콩밭에 가 있다. 겉으로는 국민과 쇄신을 외치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절망을 본다.

최근에 한 전직 고위관료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이제 누구도 일을 벌이려 하지 않는다. 다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소신 있게 일을 해봤자 자리가 보전되는 것도 아니고, 보나 마나 청문회에 끌려가 낯뜨거운 일을 당할 텐데 굳이 자리까지 걸고 일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공직사회 전반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지금 정권 말기에 어떤 압박이 들어올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시장이 바뀐 뒤로는 서울시가 복지예산 부족을 이유로 또 얼마나 기업들에 손을 벌릴지 걱정이 크다.

기업이 부도를 내고 적자를 내 국가의 걸림돌이나 장애가 되면 안 되듯이, 정치도 기업에 족쇄가 돼선 안 된다. 그렇지만 국회에 계류된 저 수많은 법안들을 보면 난감할 뿐이다. 기업도, 기업을 둘러싼 우리 환경도 다시 초심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