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안 놓고 갈라지는 야권
“뚜렷한 입장없이 고민만…”
민주 중진, 안타까움 토로
민노는 야권공조 들어 압박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강경파와 협상파로 두 동강 난 민주당이 기로에 섰다. 하나는 ”국가 원수가 내놓을 걸 다 내놨다“는 비등한 여론을 수용하거나, 아니면 야권통합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위해 계속 꼬투리를 잡으면서 ‘FTA반대’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중진의원의 진단은 민주당의 난처한 상황을 적절히 대변한다. 그는 “ (지도부가) 햄릿도 아니고 뚜렷한 입장없이 고민만 하고 있다”며 “이젠 방황을 마칠 때”라고 일침을 놓았다.
민주당은 한ㆍ미FTA 비준안 처리를 두고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는 강경파와 ISD 부분에 대한 조건부 처리안을 주장하는 협상파로 나눠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협상불가라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ISD 재협상을 약속하면서 동요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겉으로는 “미흡하다”, “달라진 게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만 분명 이 대통령이 상당한 입장 변화를 보인 것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는 것. 협상파들 역시 청와대의 변화에 고무된 분위기다. 금일 임시 의원총회에서 한ㆍ미FTA에 대한 입장을 당론으로 정할지 여부를 표결에 부치진 않지만 강경파의 목소리 못지않게 협상파들의 목소리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 역시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입장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며 “국가원수가 국회를 방문해 새로운 제안을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론이 갈라져 있는 데다 이 대통령이 예상 밖의 제안을 함에 따라 민주당 내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강경파의 기조대로 비준안 처리 불가를 고수한다면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과의 야권통합 끈은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야권공조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FTA반대를 연계로 한 민노당과의 공조가 야권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민노당은 오히려 진보정당에서 나온 통합파,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민노당과의 야권통합에 매달리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또 강경일변도를 고집할 경우, 국회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돌아올 공산도 크다. 여론도 불리하다. 특히 손학규 대표가 중도실용이라는 본인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행보를 이어갈 경우 손 대표에 대한 기존 지지층 역시 더 이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손 대표가 고심을 할 것”이라며 “야권통합과 본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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