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컨은 꽃들을 좋아한다’(Richard Kern aime les fleurs)

뉴욕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거장 리처드 컨(Richard Kern)이 최근 소프트 포르노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의 작품을 담은 최근 출시된 DVD에는 그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사진가인 리처드 컨은 허무주의를 표방하던 마약중독자였으며, 욕설을 해대는 것처럼 영화를 제작했던 인물이다. 1980년대에 그가 만든 일부 영화들은 우파 사람들과 페미니스트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당시 컨은 섹스토이로 변신한 권총들을 가지고 살인청부업자 놀이를 하고, 최음제가 가져다주는 광기에 빠져 피범벅 속에서 몸을 굴리는 친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와 극명히 대조를 이루며 이번에는 가슴을 친절하게 핥아대는 고혹적인 자태의 처녀들 모습을 가지고 리처드 컨이 돌아온 것이다.

고약한 것은 컨이 제작한 비디오들이 더없이 매혹적이라는 사실이다.

리처드 컨의 작품은 계시로 시작된다. “1971년의 어느 날 오후, 나는 인터스테이트 95번 고속도로에서 오토스톱을 하던 중이었다. 한 낡은 자동차가 내 앞에 섰는데, 차에는 플로리다에서 돌아오던 글래머 풍의 뉴욕 여성들이 가득 타고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잠자리를 같이 한 록 스타들에 대해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녀들은 비닐로 된 몸에 착 달라붙는 바지와 찢어진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생동감이 차고 넘치는 그녀들의 몸을 간신히 지탱할 만한 플랫 신발을 신고 있었다. 나이는 기껏해야 18,19세 정도였는데, 여성들 모습에 나는 넋놓고 바라보며 잠자코 머물러 있었다.”

그 후 리처드 컨은 뉴욕에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지방의 한 잡지사 발행인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컨은 이미 자동차 경주와 지방 축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터였다. 1979년부터 그는 자신이 처음 얻은 뉴욕의 아파트 두 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첫 번째 아파트는 A 애비뉴와 B 애비뉴 사이 13번가 529번지에 소재한 6개짜리 방의 아파트였다. 그 건물에서는 3명의 마약 딜러가 거주하고 있었고, 2개의 화랑이 입주해 있었으며, 자신처럼 알거지의 예술가들 몇 명이 살고 있었다. 리처드 컨은 슈퍼8 카메라를 불과 5달러에 구입한 다음 집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며 친구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컨의 영화들은 퇴폐적인 대규모의 ‘애시드 파티’가 벌어지는 동안 벽에 투사되거나, ‘콥 슈트 콥(Cop shoot cop)’ 혹은 ‘소닉 유스(Sonic Youth)’ 스타일의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배경으로 상영됐다. 컨의 열정이 불을 뿜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만든 영화를 통해 헤이트 펑크(Hate Punk) 음악의 핀업 걸이었던 랑 레그(Lung Leg), 노 웨이브의 아이콘이었던 리디아 런치(Lydia Lunch), 그리고 일탈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자체 선언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에게 복종하라’(1985) 에는 자살과 사도마조히즘을 폭력적으로 패러디한 장면이 등장한다. 또 ‘핑거리드’ 속에서 리디아 런치는 한 자동차 덮개 위에 몸을 뒤로 눕히고 있는데, 손에는 권총을 든 채 고함을 질러대고 있다.

‘당신이 나를 먼저 죽였어요’(1985)에는 야생마 같은 여성이 기쁨에 겨워하며 부모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1984년에 제작된 영화 ‘내 속의 추진력’에서는 닉 제드(Nick Zedd)가 역할을 맡은 한 펑크 노스페라투가 성인 얼굴이 들어간 그림으로 엉덩이를 닦고 있으며, 욕조에 떠있는 여자 친구의 시신에 오럴섹스를 한다.

그의 단편영화들은 피어싱을 하고 있거나 머리를 자르는 여성들, 싸움, 살인, 강간 장면 등을 다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핑거리드’는 존 워터스(John Waters)에 의해 ‘미치광이들을 위한 최후의 필름’이란 제목의 책으로 기술되기도 했다.

그러나 리처드 컨은 이내 염증을 느끼고 1987년 샌프란시스코로 떠나 거기서 1년 동안 방황한다. 젊은 범죄자들과 같이 있기도 했고, 마약에 중독돼 회복과 재발을 반복하다가 1988년 빈손으로 뉴욕에 되돌아왔다. 이번에는 C 애비뉴와 D 애비뉴 사이 3번가에 정착한 후 새 영화들을 만들어낸다.

‘이블 카메라맨’는 이런 공백을 반영하고 있다. 이후 컨은 ‘엉덩이를 다룬 잡지’를 위해 이웃집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게 된다. 그는 단편영화들을 몇 작품 더 찍었다. ‘X=Y’(1990), ‘나치’(1991), ‘가톨릭’(1991), ‘호로스코프’(1991), 그리고 ‘암캐들’(1992)은 포르노 영화의 ‘추한 초보자 여성들’을 기리는 쪽으로 컨의 작품 세계가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컨은 타셴 출판사를 통해 ‘NY 걸스’란 책을 출간했는데, ‘일탈’로 일관한 자신의 15년 인생을 요약해놓고 있다. 그런 다음 ‘모델 릴리스’란 저서를 통해 매혹의 사진들을 찍는 쪽으로 넘어간다. 컨의 변신에 대해 불평해댈 필요가 있을까?

‘고약한 염탐꾼’ 컨은 행복한 신랑, 기쁨이 차고 넘치는 아빠로 변신했다.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에 들어맞는 모델들과 나체사진을 찍는다. 아주 선동적이다. 입속에 손가락을 넣고 서로 포옹하고 카메라를 친절하게 바라보며 오럴섹스를 한다.

리듬을 부여하기 위해 터스튼 무어(Thurston Moore)의 멋진 음악이 추가된다. 음탕한 모습의 만개한 젊은 여성들의 이미지와 음악이 대조를 이루는 모습은 충분히 감상해볼 만하다.

“내 인생에서 아주 어두운 시기에 해당합니다. 그때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어요. 현재 나는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스트레스를 느끼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내가 나의 인생을 망칠 필요가 있나요?” 라는 컨의 말은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그의 전 작품은 르샤키퓜 사가 4개 DVD로 출시했다. 2개로 구성된 ‘하드코어 익스텐디드’와 1개로 구성된 ‘엑스트라 액션’를 묶은 패키지 가격은 30.97유로이다.

(이미지는 리처드 컨의 작품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