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깃덩어리는 너의 것(Ma viande est a toi)
조용한 컴퓨터 기사였던 아르민 마이베스(Armin Meiwes)는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한니발 렉터’의 살아있는 화신이다. 그 차이란 건 다름아닌 그가 자신의 희생자들에게 먹어도 괜찮겠냐는 의사를 먼저 물어보는 예의(?)를 갖추었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토요일 ‘셰리-셰리’ 페스티벌은 행사의 일환으로 ‘그림 러브(Grimm Love)’란 영화를 상영했다. 식인 게이의 실제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받은 영화다.
식인귀가 살인에 동의한 상대방과 이상한 식사를 한 후 그를 살해한 이야기는 새로운 종류의 ‘시리얼 킬러’가 세상에 등장한 것이 아닌지 생각할 거리다. 희생자들에게 허가를 구하는 연쇄살인범들 말이다.
파리 게이 및 레즈비언 영화제를 맞이해 ‘누보 라티나’에서는 불결한 잡일들에 대한 연구를 더욱 심화시키는 한 젊은 여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시대착오적이고 불편한 영화를 이날 자정 상영했다. 영화 제목은 ‘그림 러브’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식인귀를 연상시키려는 의도에서 붙인 제목이다.
영화는 성과 아무런 연관이 없기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식인귀 게이인 아르민 마이베스는 2001년 2월 인터넷을 올린 광고를 통해 자신의 첫 살코기 요리를 모집했다. “먹힐 준비가 되어있는 남자를 찾습니다.” 42세의 엔지니어이자 지멘스 공장에서 일하던 베른트 유르겐 브란데스란 인물이 “산채로 당신에게 먹힐 수 있도록 내 몸을 제공합니다”라고 아르민의 요구에 응했다.
아르민은 베른트가 자신의 취향에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 2001년 3월 10일 그들은 이를 실행에 옮긴다. 베른트는 자신의 아파트를 비우고, 차를 팔아치우며, 마지막 소원들을 글로 남긴 후 희생의 의식을 치르러 떠났다. 심지어 베른트는 자유로운 기분으로 떠날 수 있도록 휴가를 얻기까지 했다.
목적지는 독일 서부의 작은 도시인 로텐부르크였다. 아르민은 골조가 겉으로 드러난 우아한 독채에서 베른트를 맞이했다. 아르민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던 이 집은 죽음에 대한 환상으로 채워진 무대다. 두 사람은 베른트 유르겐 브란데스의 페니스를 잘라 그것을 함께 맛보기로 했다.
한 조사관은 “그들이 불에 태워 구운 후 함께 맛보았다”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식사 장면은 총 4개의 비디오테이프 속에 담겼는데, 테이프들은 아르민이 자신의 무죄, 곧 베른트에게 죽음을 강요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사용됐다.
비디오테이프들을 본 적이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믿는다면, 베른트가 자기 신체의 훼손 및 살인에 명백히 동의했다고 한다. 카셀에서 근무하는 검사인 미카엘 게이디스는 “피고와 희생자가 살인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식인과 관련된 동일한 취향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 다음 집주인은 섹스 시나리오의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갔다. 아르민은 베른트를 살해한 후 인육을 먹고 시체의 나머지 부분은 정원에 묻었다.
에로틱한 식도락의 모험에 고무된 아르민 마이베스는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나선다. 그는 인터넷에 낸 광고를 통해 “당신을 단숨에 먹어치울 수 있습니다”라고 약속했다. 430명 정도의 사람들이 아르민의 광고를 보았는데, 3명의 독일인과 1명의 영국인 등 총 4명이 식인 캐스팅에 참석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들 모두는 신체검사와 정신검사를 받기 위해 로젠부르크를 방문했다. 그들 중 3명은 탈락했다. 실제로 살육 당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들은 역할놀이를 하는 줄 착각했다고 고백했다. 반면 네 번째 인물은 죽을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르민은 그 역시 탈락시킨다. 그가 “포동포동하고 섹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르민은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낼 시간이 없었다. 아르민이 인터넷에 올린 80개의 광고를 발견한 후 2002년 12월 11일 경찰이 그를 체포했기 때문이다. 광고 문구는 “도살할 젊고 건장한 18세에서 30세 사이의 남자를 찾습니다”였다.
고약한 농담일까 아니면 위험한 광인이 올린 광고일까 반신반의하면서 경찰은 아르민의 집을 가택 수색했다. 그곳에는 냉동한 나머지 인육과 뼛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아르민은 ‘주문형 살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죄목이라면 최대 5년형만 치르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검사는 “희생자의 동의를 얻어” 살인이 자행되었을지라도 아르민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우리는 법적으로 전대미문의 상황에 직면했었지요”라고 그는 인정했다.
고약한 점은 이런 상황이 향후 재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수년 전부터 희생자의 동의를 구하려는 살인자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 살인은 무시무시한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희생자가 바로 공범이기 때문이다. 사형집행인들 중 일부는 단지 희생자를 거세시키고자 한다. 인간을 ‘꼬리 없는 인형’으로 변모시키려는 이상한 성적 환상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식인 거세와 오르가슴을 느끼는 살육에 지원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거세당한 자들은 때때로 ‘커터(cutter)’로 변신한다. 성기 절단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2003년에 나는 그들 중 한 사람을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식인귀인 겔딩(Gelding)은 1996년부터 자기 희생자들의 고환을 먹는 인물이다. 조만간 이 사람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수록하려고 한다.
‘그림 러브’는 파리 게이 및 레즈비언 영화제의 일환으로 11월 21일 자정에 상영됐다. 페스티벌의 다른 명칭은 ‘셰리-셰리(Cheries-Cheris)’이다. 장소는 ‘누보 라티나(Nouveau Latina)’. 파리 제4구 탕플 거리 20번지에 소재해 있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이미지는 희대의 살인마를 다룬 영화 ‘한니발 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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