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서울 종로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김모(53ㆍ여) 씨는 요즘 한숨이 부쩍 늘었다. 고유가와 찜질방의 공세 속에서도 목욕탕 문을 닫지 않았던 김 씨.

지난 19일 서울시내 대형 목욕탕 2곳 중 1곳에서 레지오넬라균(호흡기 질환 유발)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 씨는 “인근 동네 목욕탕 5곳이 휴업 중이거나 최근 폐업해 이 동네에서 장사하는 곳은 우리 한 곳 뿐”이라면서 “요즘 목욕탕을 찾는 손님은 동절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우리는 위층의 헬스장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겨우 휴업을 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무더위에 동네 목욕탕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동네 목욕탕 대부분이 휴업했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국내 동네 대중탕의 10%는 대개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간 휴업하고, 80%는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휴업한다”면서 “손님이 없는 여름 비수기를 맞아 시설 개보수에 나서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여름 휴업이 줄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름 휴업을 하면 그나마 있던 손님들이 찜질방 등 주변의 대형시설로 이동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일부 목욕탕은 오후와 밤시간에만 문을 여는 영업시간 단축과 할인행사 등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목욕탕 업주는 “난방용 기름을 하루 200ℓ 사용하는 동네목욕탕의 경우 하루 기름값이 20만원이 넘는다”면서 “보통 동네 목욕탕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30만원이다. 기름값이 올라 문을 열수록 적자”라고 울상을 지었다.

동네 목욕탕은 찜질방과의 경쟁에서 밀려났고, 기름값 상승에 따른 유지비용 증가와 이번 레지오넬라균 검출 보도까지 나오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목욕업중앙회에 따르면 대중탕은 2001년 당시 전국에 1만여곳에 달했지만, 10년간 2700여곳이 줄어들어 현재 약 8300곳(대형탕 1300곳)이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공중위생 관리법이 완화됐다. 이에 찜질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동네탕이 어려워졌다”면서 “찜질방 한 곳이 들어서면 주변 목욕탕 10곳이 폐업한다. 올해에도 동네 목욕탕 300곳 이상이 폐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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