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ㆍ이슬기 인턴기자]서울 A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1학년에 재학중인 김모(26) 씨는 3년전 탈북해 2년 전 가까스로 한국 땅을 밟았다. 김 씨는 한국에서의 새 출발을 위해 학구열을 불태웠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재외국민 특별전형의 하나인 새터민 특례입학을 통해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학생활은 외계어 같은 전공용어 앞에서 걱정으로 얼룩졌고, 가까스로 학교를 졸업한다해도 취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씨는 “탈북자 출신은 취직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조건 공대 쪽으로 가야한다는 주변 얘기를 듣고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지만, 북한에서 제대로 배운적이 없는 미적분이나 프로그래밍 언어 앞에서 좌절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평점이 3.0은 돼야 정부의 학비지원(등록금 전액 면제)을 받을 수 있는데, 학점미달이 우려된다. 졸업이 불가능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B 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재학중인 정모(27)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올해 졸업반인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토익 900점을 넘기고, 최고 레벨의 중국어 자격증까지 겸비해도 결국 공장이나 단순 노무직종으로 일자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탈북대학생들의 처지를 보면 답답한 마음만 든다”고 털어놨다. 정 씨는 기업체 입사에 수십번 도전해도 서류 통과 한번 되기도 힘든 현실 앞에 ‘탈북 대학생’ 꼬리표를 지우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탈북자중 대학생(직업학교, 평생교육원 등 모두 포함)은 약 1300여명이다. 서울 소재 대학교 중에서는 한국외대가 88명으로 탈북대학생이 가장 많고, 서강대(76명), 연세대(35명)이 그 뒤를 잇는 수준이다.

SCA 선교재단 탈북 청소년 멘토링 간사 정이신 씨는 “현재 탈북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대안학교나 NGO단체들이 탈북 청소년들을 대학에 많이 보내 성과를 내는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어렵게 대학에 입학한 탈북 학생들이 결국 적응을 못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중도 탈락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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