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사건팀] 대학에서도 B급은 한 몸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서강대학교 4명이 주축이 돼 설립된 팟캐스트 방송인 ‘모텔남녀-모든걸Tell해주는남녀’.

이들은 말 그대로 B급이다. 그동안 A급, 주류(主流)는 학교에서 공식 발행하는 학보사나 학교방송국 등이었다. 학생들은 주로 이들 A급을 통해 각종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B급, ‘모텔남녀’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간판부터 발칙하다. ‘모텔’과 ‘남녀’, 소위 학문을 갈고 닦아야할 캠퍼스내에서는 다소 금지된 단어다.

신태환(서강대 신문방송학ㆍ23) 씨는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궁금한게 많은데 학보사를 통해서 나오는 얘기는 뭔가 부족하고 딱딱하더라구요. 학교 내의 문제점을 속시원하게 말해주지도 않는 것 같고. 저처럼 생각하는 학우들도 제법있더라구요. 그래서 차라리 내가 한번 직접 학교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방송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라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모텔남녀는 지난 1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3회 방송에 대한 녹음을 마쳤다.

이들의 녹음공간은 바로 학교 강의실이다. 마이크도 각자 돈을 모아 구입했다. 편집도 개인 노트북으로 한다. 김영태(서강대 정치외교학ㆍ23) 씨는 “처음 방송 준비할때는 2700원짜리 마이크 하나로 4명이 썼을 정도로 열악했다”며 “지금은 개당 2만원의 고가(?) 마이크와 소리를 잡아주는 믹서도 완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학교방송국에 비하면 스튜디오도 없고 장비도 열악하지만 콘텐츠 하나는 절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히 흥미거리를 재밌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전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모 주점에서 술집주인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게시글을 보고 직접 가게주인과 해당학생을 찾아가 전후 사정을 2회에 걸쳐 방송하기도 했다. B급이지만, 심층이 있고, 기획이 있다. 그들의 방송에 대한 소비자들인 학생들이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짚어 준다.

모텔남녀의 홍일점인 박다혜(서강대 신문방송학ㆍ23) 씨는 “방송을 위해 2주전에 멤버가 함께 모여 아이템을 기획하고 취재를 한다”고 말했다. A급, 주류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와 함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 해 버리는 속시원함 때문일까.

방송 2회만에 모텔남녀는 6000건이 넘는 클릭수를 기록했다.

모텔남녀 게시판에도 “방송이 재밌다”, “신선하다”는 호평과 함께 “이런 주제도 다뤄달라”는 청취자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B급이 기존 주류라 할 수 있는 A급, 학보나 학교 방송국보다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대학교수 사회에서도 B급이 인기 짱이다. 단정한 정장 차림에, 근엄한 말투를 쓰며, 흐트러지지 않은 머리 등을 하고 있는 기존의 교수님 스타일이 아닌 막말로 B급 스타일의 교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 때 명지대에서 몸을 담은 뒤 최근에는 인기 강사, 아예 연예인 경지까지 오른 김정운 박사다. 그는 강단에 섰을 때도 여느 교수와는 다른 그만의 스타일로 강의를 했다. 학생들에게 소위 인기 짱이었던 김 교수는 다수의 책들을 내놓으며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현재 김 박사는 각종 강연은 물론 방송 출연, 저술활동 등을 통해 B급이 바꿔 놓는 세상을 증명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일반인들 사이 B급 교수로 유명하다. 황 교수는 근엄한 말투를 쓰지 않는다. 복장은 깔끔한 양복에, 넥타이를 하고 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가식이 없다.

얼마전 한 종편채널에 출연해서는 “이렇게 시청률도 나오지 않는 방송에 내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앵커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기존 주류의 교수 사회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멘트다.

학원가도 B급은 인기 절정이다. 과거 칠판에 어려운 공식을 써가며, 학생들에게 수학문제 잘 푸는 방식을 알려줬던 게 주류요, A급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스타일의, B급이 관심을 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수학강의에 있어 스타강사인 민정범 씨다.

민 강사는 “학생들의 영원한 오빠, 형님으로 남고 싶다”며 자신의 나이를 밝히기를 꺼려했다.

그의 수학 교수법은 이렇다.

‘구하고자 하는 것을 x로 두고 x에 대한 방정식을 세우고~.’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중학생이라면 다 알고 있는 ‘방활송’이다. 학생들은 민 강사로부터 방활송을 배웠고, 윤종신의 ‘팥빙수’를 개사한 ‘그래프송’, 이정현의 ‘바꿔’를 개사한 ‘분수로 다바꿔’ 등의 노래를 배웠다. 즐거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어렵고 복잡한 수학을 이해할 수 있는 B급 스타일이다. 기존 강사들은 시도해 보지 못한, 그리고 시도할 상상도 하지 않은 B급이다.

그는 수학 강의에 ‘쑈’ 개념을 도입한 B급이었다. 그래서 그는 ‘수학쑈’라 했다.

그래서 민 강사에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논다. 놀지만, 뭔가 남는다고 학생들은 이구동성 말한다.

수학쑈를 하다 보니 그는 이상한 상상을 했다. B급 상상이다. 민 강사가 온라인 강의 도중 진행하는 M수사대(수학사고력대회)다. 민 강사는 수업 도중 퀴즈를 내고 자신에게 가장 먼저 메시지를 보낸 1등에게 선물을 한다. 그 선물은 바로 민 강사 본인이다.

지난 7월 우승자는 민 강사와 같이 점심을 먹고, 영화를 봤다.

그는 교실ㆍ교무실에서만 만나는 무뚝뚝한 인상의 ‘선생님’이 아니라 B급 일 수 있지만, 더 친근하고, 더 배울 게 많은 ‘쌤’이다.

당연히 학생들은 B급 쌤인 민 강사를 학교에 있는 담임선생님, 수학선생님보다 더 좋아한다.

B급이 A급, 주류를 뛰어 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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