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확 줄인 게임성에 남성들에 호평 - 한 손의 달인 위한 콜오브갓ㆍ휘온라인ㆍ부족전쟁
출근시간 5분을 넘겨 상사에게 아침부터 깨지고, 스펙 빵빵한 후배 직원은 선배의 훈계에 아랑곳 않는다. 영업 차 참석한 술자리서 온갖 아부를 떨고 집에 가면 새벽 1시, 마누라는 더 이상 눈길 주기도 아깝다는 표정이다. 잠들어 있는 딸에게 뽀뽀라도 할라치면 술 냄새 난다며 인상 쓰기 일쑤.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중년 남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돈 많은 중년이야 라운드로 품위 있게 스트레스를 날린다지만, 시간도 금전적 여유도 풍요롭지 못한 서민은 기껏해야 TV스포츠나 게임으로 삶의 고뇌를 풀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쉽지 않다. 몸으로 뛰는 스포츠는 체력적 한계가, 양손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게임에서 마저 아저씨들은 젊은이에게 밀려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위기의 중년 남성을 위한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로 회사나 집에서도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 게임(이하 웹게임)이 대부분으로, 그 중에서도 한 손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개발된 게임들은 아저씨 유저에게 깨나 위로가 되는 모양이다. 세상 시름을 잊기 위해 한 손에는 TV리모콘을, 다른 손에는 마우스를 쥔 중년 남성, 그들을 위한 게임을 들여다본다.
▲ 현실의 짐으로도 벅차다! 퀘스트는 최대한 쉽게 요즘 출시되는 게임의 상당수는 기본적으로 ‘퀘스트’(Quest)라는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이 시스템은 NPC(Non Player Character)가 사용자에게 특정한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가령 “OOO을 완성시키라”는 퀘스트를 수행하면 게임 내에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의 핵심적인 재미로 통한다. 그러나 중년 남성에게 퀘스트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는커녕, 걱정거리를 유발시키는 요소로 작용되기도 한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괴로운데 가상 공간에서조차 짐을 지고 싶지 않다’는 심리 때문이다.
최근 오픈한 ‘콜오브갓’이라는 웹게임도 이러한 심리를 제대로 노렸다.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이 게임은 복잡한 퀘스트를 최대한 시스템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에서 퀘스트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역 내에 노란색 느낌표(!)가 있다면 진행 가능한 퀘스트가 있다는 뜻이며, 해당 표시를 찾지 못했을 때는 하단에 아이콘으로 그려진 퀘스트를 클릭하면 현재 레벨에서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 목록이 나타난다. 일단 사용자가 원하는 퀘스트를 선택하고 나면 후의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목록에서 NPC의 이름만 클릭하면 자동으로 캐릭터가 NPC를 찾아가 퀘스트를 수락해 준다. 이후 화면 오른쪽에 퀘스트 추적기가 나타나면 수행 중인 작업은 이 추적기를 통해 편하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만약 몬스터를 사냥하는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도, 바로 몬스터 이름만 클릭하면 이를 해결 가능한 위치까지 자동으로 이동하게 되는 방식이다. 사실 ‘콜오브갓’은 이러한 편의성과 함께 남성들이 선호하는 전쟁 콘텐츠를 심도 있게 녹여내 이미 미국과 대만에서는 벌써 37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 신분 상승, 게임 속에선 실현돼야 일반적으로 30~50대 남성들은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3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겪어왔다.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삶의 무게를 견뎌 왔다지만, 직장 생활 10년차쯤 되면 점점 신분 상승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향후 계층 상승 가능성’과 관련된 설문을 실시한 결과 98.1%가 계층 이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로 중년 남성 대다수는 가상세계에서 만큼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게임에서 아직은 힘을 쓰지 못하는 초보 사용자를 보호하는 게임이 요즘 속속 등장하는 것 또한 이러한 중년 남성의 고뇌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출시된 ‘휘온라인’의 경우 초보자 보호 시스템을 특화시킨 게임으로 알려졌다. 이 게임은 대륙의 성주가 돼 마을을 건설하고, 또 다른 성주의 마을을 공격해 자신의 것을 더욱 번영시키는 웹전략 게임의 룰을 따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웹전략 게임의 경우, 먼저 게임을 시작한 이들이 기득권을 형성, 초보자들은 게임 내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돼 신분 상승이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휘온라인’이 초보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한 것도 이러한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 게임은 한 유저가 다른 유저를 스무 번 이상 공격할 수 없도록 ‘체력 제한’이라는 룰을 적용해 초보 사용자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을 보호하고 있다.
▲ 손싸움 보단 머리싸움이 즐거운 중년 요즘 애들이 LTE급 스피드를 원하듯 게임 속에서 그들의 손놀림도 가히 빛의 속도를 자랑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스피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중년들은 속도가 곧 실력이 되는 게임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임에서 이들의 실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 세대보다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중년들은 적어도 머리싸움에 있어서는 우위에 있다. 이러한 사용자에게 전략형 웹게임이 유리하다고 알려진 것은 이들 장르가 충분히 생각한 후에 대처할 수 있는 게임성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개발된 ‘부족전쟁’의 경우 대표적 전략형 웹게임으로 꼽힌다. 기본적인 게임의 룰은 거대한 지도에서 유저들이 마을을 건설하고, 마을에서 생산된 군사 유닛을 통해 다른 사용자와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이러한 게임성은 얼핏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시뮬레이션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이 게임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일단 전쟁에 필요한 병력을 천천히 뽑을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한테도 도움을 요청하거나 방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부족전쟁’이 중년 남성에게 유리한 것은 틈틈이 즐기기 용이한 기능들을 함께 갖췄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게임 내 ‘휴가대리 옵션’이라는 기능을 사용하면 다른 사용자가 대신 게임을 플레이해주는 것이 가능하다. 바쁜 일상에 치이고, 느려진 손 때문에 게임 속에서도 밀려나는 중년 남성, 이 게임에서는 당신도 임요환이 될 수 있다.
헤럴드게임스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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