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NH농협은행장 직원대화 “美웰스파고처럼 소매금융 집중 직원평가 손익위주로 개선할 것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앞으로 소매금융 전문은행으로 거듭나겠다며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기본으로 돌아가 본래 농협이 잘했던 분야에 집중해 재도약하겠다는 각오다.
이 행장은 최근 과ㆍ차장급 직원 800명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취임 이후 가진 첫 직원과의 대화로, 관리자급이 아닌 실무급 직원을 대상으로 시간을 갖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이디어는 이 행장 머릿속에서 나왔다. 해운ㆍ조선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적자가 예상되면서 직원들과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적자 얘기 나오면서 직원들이 크게 술렁였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 행장이 직접 나서 경영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불안해하지 말라”는 말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모 팀장으로부터 한두 달 월급을 안 받아도 되니 은행을 살려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농협은행은 여러분의 미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이어 “STX 등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올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 1조7500억원 중 1조 3000억원을 상반기에 쌓았다”면서 “상반기엔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하반기엔 흑자가 예상된다. 불안해하지 말고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앞으로의 경영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기본으로 돌아가 원래 농협이 잘해왔던 것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과거 농협은 소매금융으로 시작했고 이렇게 성장한 것도 소매금융 덕분”이라면서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그는 “웰스파고는 세계적인 소매금융 강자로 예대마진 비중은 적고 비이자수익 비중이 높다”면서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도 웰스파고와 같은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기존 하나로 고객을 확대해 실속있는 교차판매에 나선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매금융과 함께 농식품금융, 공공기관금융도 주력할 분야로 내세웠다.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물량 위주의 직원평가지표(KPI)도 손익위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역마진을 내면서도 실적높이기에 치중하던 과거 소모성 영업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직원이 원하는 상품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팔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 최근 출시된 ‘NH 또하나의 마을 만들기 정기예금’, ‘NH찬한어린이 통장.적금’ 등이 이런 변화를 반영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행장은 “서른개 넘는 범 농협 계열사 중 농협은행은 시너지 창출과 수익원 마련의 핵심 조직인만큼 우리가 흔들리면 범 농협 전체가 흔들린다”며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직면했지만, 후배들에게 건강한 농협은행을 물려주자는 마음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자리에 참석한 한 직원은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셔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면서 “특히 새롭게 나가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진행하고 있는 전국 영업점 순회 경영을 통해 직원들과의 소통의 자리를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달엔 내부 통신망을 통해 전국의 1175개 영업점에 친필 편지로 적자를 기록한 경영 실적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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