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눈높이 맞추기 위해 ‘민원배심법정’에 시민배심원 도입하겠다 발표한지 8개월, 단 한건도 없어

시 홈페이지에 민원배심법정 관련 정보 전무, 중재요청증가 우려해 의도적 은폐?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시민중심시정’을 강조하고 있는 서울시가 시민참여는 말 뿐, 눈속임용 이벤트 행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지난 2월 시민의 만족도와 참여도를 높이겠다며 민원배심법정에 시민배심원을 지방자치단체중 최초로 도입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차례도 시민배심원을 참여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원배심법정은 시민이 시청이나 산하 기관의 부당한 행정처분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민원을 제기하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배심원이 조정과 중재를 통해 민원을 해소하는 제도로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시는 지난 2월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3~4명의 전문가로 이뤄진 배심원단에 1일 시민시장, 명예부시장과 함께 공개모집한 일반시민 4~5명을 참석시키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민원배심법정은 지난 2월 발표 이후 이달 5일까지 총 6안건에 대해 열렸다. 하지만 이중 1일 시민시장, 명예부시장을 비롯해 시민 배심원이 참석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시민배심원 공개모집도 이뤄지지 않았다. 담당부서인 시 감사관 민원조사담당관 측은 “사안이 개인적이고 공익적 민원이 아니라 시민배심원단을 따로 모집하지 않았다. 전문가가 더 잘 판단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모든 안건에 시민배심원단을 참석시키는 게 아니라 사안에 따라 결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안별로 시민배심원단 참석여부를 결정한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취재결과 법정에 회부된 6건 중 시민의견 반영이 필요한 민원도 포함됐지만 시민배심원이 참석한 경우는 전무했다.

6개 안건은 ▷평화복지재단의 증축허가처분 불만해결 요청(4/6)▷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 일방적 계약 해제 및 취소 이의신청(4/6)▷신도림역 역사혼잡도 개선공사 설계내역서 금액지급 요청(5/1)▷법인택시 장기무사고 근속자 개인택시면허 발급요청(6/13)▷강서구 마곡동 342-1 주택균열파손 피해보상요구(10/5)▷도봉동 액화석유가스 충전소 건축허가 반대(10/5)다. 이중, ‘액화석유가스 충전소 건축허가 반대’안건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지난 2010년부터 사업자와 지역사회간 첨예한 갈등을 빚어오고 있는 문제다. 전문가 의견 외에 시민들의 의견청취가 중요한 안건인 셈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민원담당관 측은 “법정 개최가 비정기적이고 배심원단이 많아지면 시간맞추기가 힘들어 소규모 전문가 배심원단 형태를 유지할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 행정정보를 전부 공개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말과는 달리 민원배심법정 관련 정보를 시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 역시 문제였다. 민원시민법정 제도에 대한 설명 및 신청절차, 조정결과 등도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시가 행정조치에 대한 주민들의 중재요구가 빗발칠 것을 염려해 의도적으로 접근을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현재 민원배심법정은 담당공무원이 시 ‘원클릭전자민원시스템’에 접수된 민원 중 민원배심법정 회부 필요성을 자체 판단해 민원인에게 연락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원조사담당관 관계자는 “다른 일이 많아 미처 그 부분은 신경쓰지 못했다. 즉시 시정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