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

여학생을 집단성폭행하고 결국 죽음으로 내모는 아이들 영화는 ‘어린 악마’를 응징하거나 그들을 만든 사회를 단죄한다

소년성범죄 다룬 ‘시’와 ‘돈 크라이…’ 범죄장면 묘사 상반된 두 시선 당신의 미학·윤리학적 선택은…

‘아이들이 범죄를 저질렀다’.

이창동 감독의 ‘시’에선 주인공인 70대 여성의 손자이자 중학생 소년이 친구들과 함께 같은 학교 소녀를 집단 성폭행했다. ‘돈 크라이 마미’(감독 김용한ㆍ22일 개봉)에서는 고교생 3명이 같은 학교 여학생을 유린했다. ‘범죄소년’(감독 강이관ㆍ22일 개봉)에서 주인공인 17세 소년은 폭행과 절도로 소년원을 들락거린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일본 영화 ‘고백’에선 중학교 1학년생 두 명이 어린 소녀를 살해했다. 영국 영화 ‘보이 A’(감독 존 크로울리)에서 주인공 소년은 자기보다 어린아이를 살해하고 몇년을 복역하다 출소한다. 또 다른 영국 영화 ‘디스 이즈 잉글랜드’(감독 셰인 메도스)에선 10대 초반의 백인 소년이 동네 불량배들과 휩쓸려 ‘인종차별 범죄’에 가담한다.

이들 작품은 모두 소년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다. 소년범죄는 국내법에선 ‘소년사건’이라 칭하는데, 소년법상 12세 이상~20세 미만의 소년이 범한 범죄사건 및 범죄를 범할 우려가 있는 비행사건을 뜻한다.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미성년자는 처벌이나 형량 기준이 성인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미성년자의 경우 아직 판단이 미숙하다는 점과 선도 및 교화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참작되는 것이다.

이것을 문제 삼은 영화가 ‘고백’이다. 새 학기 초, 한 선생님이 “이 반에 내 딸아이를 죽인 범인이 있습니다”라는 충격적인 선언과 함께 교단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생님의 말이 불러일으킨 파장이 교실의 아이들을 혼돈과 살풍경 속으로 몰고 가고, 살해된 소녀의 부모로서 교사는 가해 소년들을 향해 용의주도하게 복수를 한 단계씩 실행해간다. 교사는 “살인범이라고 해도 청소년법에 의해 반성문 한 장 쓰고 끝”이라며 개인적인 응징에 나서는 이유를 밝힌다.

유선ㆍ남보라 주연의 ‘돈 크라이 마미’는 언뜻 보면 ‘고백’과 상당히 유사한 설정과 극구조를 보여준다. 남편과 이혼한 중산층 여성 유림(유선 분)은 고교생 딸 은아(남보라 분)가 같은 학교 남학생 3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해 소년들은 법정에 서지만, 2명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1명만 실형을 받지만 그마저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재판 이후에도 성폭행 동영상을 미끼로 협박하는 가해 소년들에게 거듭 유린당한 은아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법과 공권력에 실망한 어머니 유림은 직접 복수에 나선다.

두 편 모두 미성년자에 대한 ‘관용적인’ 형벌 체계로부터 복수와 단죄의 윤리학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비슷한 구성을 보여주지만, 태도와 어조는 사뭇 다르다. ‘고백’은 버림받은 엄마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한 소년이나 따돌림ㆍ열등감ㆍ피해의식이 보편화된 교실의 풍경을 자세히 묘사하면서 미성숙한 존재들이 가질 수 있는 왜곡된 자의식과 이상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어린 악마’를 상대하면서 스스로 괴물이 돼가는 교사에 대한 묘사도 냉정하기 그지없다. 반면 ‘돈 크라이 마미’는 가해 소년들을 괴물이자 변태성욕자로 묘사하면서 관객들을 피해 소녀의 엄마에게 철저히 감정이입하도록 한다. 이 영화는 ‘괴물’을 만드는 사회, 그 자체에 대해 관심을 두기보다 ‘어린 악마’에 대한 단죄와 응징의 의지를 전면화한다.

공교롭게 같은 날 개봉한 ‘범죄소년’은 ‘돈 크라이 마미’와 정반대의 시각을 보여준다. 영화는 빈곤과 미혼 출산의 대물림 속에서 의지할 곳 없는 한 소년이 절도나 폭력 등의 범죄에 쉽사리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을 드러내는 데에 힘을 쏟는다.

이쯤에서 다시 이창동 감독의 걸작 ‘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와 ‘돈 크라이 마미’는 한 여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소년들의 끔찍한 집단 성폭행이라는 똑같은 범죄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시’는 범죄 장면을 스크린의 바깥으로 쫓아내 관객들이 볼 수 없도록 했고, ‘돈 크라이 마미’는 포르노에 가까울 만큼 선정적이고 적나라하게 범죄를 묘사한다. 만약 당신에게 소년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누구를 주인공으로 해서, 어떤 장면을 보여줄 것인가? 당신의 대답은 곧 당신의 미학일 뿐 아니라 당신의 윤리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