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처음 스크립트(대본)을 받았을 때 감독의 이름을 보고 어떻게 내게 시나리오가 왔는지 신기했습니다. 캐스팅 사실을 비밀로 해야 했는데 자랑하고 싶어 혼났습니다.(웃음)”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디딘 배우 배두나의 모습에선 큰일을 마친 사람답지 않은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세계적인 거장 라나 워쇼스키 감독의 옆자리에 앉아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는 배두나의 모습은 마치 절친한 자매처럼 조금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큰물에서 놀아본’ 자의 자신감은 그렇게 표출되고 있었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무궁화홀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배두나를 비롯해 영화를 공동 연출한 톰 티크베어,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감독과 배우 짐 스터게스가 참석했다.
배두나는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홍보하게 될까봐 걱정했었는데 감독 3분이 모두 한국에 와주셔서 행복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배두나는 “13년 동안 오디션을 본 적이 없어 그 과정 자체가 어렵고 힘들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모든 것이 행복이었을 만큼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좋은 배우, 감독들과 연기하게 돼 정말 행운”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제작비 1억 2000만 달러를 투입해 완성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동양의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1849년, 1936년, 1973년, 2012년, 2144년, 2321년까지 약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여섯 개의 다른 장르의 이야기를 한 편의 거대한 서사로 엮은 영화다. 2004년 각종 문학상을 휩쓴 데이비드 미첼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앤디-라나 워쇼스키 감독과 ‘향수’의 톰 티크베어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톰 행크스, 할리 베리, 휴 그랜트, 벤 위쇼, 휴고 위빙, 수잔 서랜든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총 출연해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배두나를 비롯한 출연 배우는 각 에피소드마다 인종, 성별을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였다. 배두나는 여섯 개의 이야기 중 ‘2144년 네오 서울’에서 여자 주인공 ‘손미-451’를 연기했다. 이밖에도 배두나는 멕시칸 여자, ‘틸다’ 등의 캐릭터도 열연하는 등 1인 3역을 맡았다. 배두나의 출연 비중은 톰 행크스, 할리 베리와 맞먹는다. 배두나의 출연 분량은 할리우드의 톱스타 휴 그랜트와 휴고 위빙, 수잔 서랜든보다도 길다.
배두나는 “스크립트가 어려워 한국어로 된 소설책을 읽으면서 ‘손미-451’ 캐릭터를 알아갔다”며 “내가 하면 정말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배두나는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 “손미가 가장 좋다. 손미에게 가장 많은 애정을 쏟았고 4개월을 손미로 살았다”며 “멕시칸 여자 역시 손미의 억압된 감정을 한 번에 풀어낼 수 있는 역할이어서 개인적으로 소중한 역할이었다”고 답했다.
‘린다 린다 린다’, ‘공기인형’ 등으로 일본 영화계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던 배두나는 이로써 한국, 일본, 미국 각각의 영화 시스템을 모두 경험한 배우가 됐다. 3국의 차이점에 대해 배두나는 “국경에 따른 차이점보다 감독에 따른 차이점이 더 많다”며 “한 작품을 제작할 때 목숨을 걸고 예술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자세는 모두 비슷한 것 같다”고 전했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이미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때부터 배두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복수는 나의 것’, ‘괴물’ 등의 작품도 모두 봤다”며 “배두나는 손미가 가진 나약함과 위대함 그리고 복제인간이지만 인간 같은 아니 초인간 같은 모습을 훌륭하게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함께 영화에 출연한 짐 스터게스 역시 “각기 다른 인물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얼굴로 표출하는 배우”라며 “탁월한 연기력과 함께 연기 기술도 뛰어난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는 내년 1월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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