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2012년 가요계는 다사다난했다. 꾸준히 이어오던 아이돌그룹 풍년을 시작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신드롬, 아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한류열풍 등.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현상으로 ‘개가수의 활약’을 꼽을 수 있다.
‘개가수’는 개그맨과 가수의 합성어로, 본업은 개그맨이지만, 음반 혹은 싱글을 발표하고 가수로 변신한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그간 개그맨이 가요계에 입문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2012년은 조금 특별했다. 가수로 변신한 개그맨들은 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고, 특히 가수들을 제치고 음원차트 정상을 꿰차는 기염을 토하기까지 했다.
우선 이휘재와 박명수 등 자신의 이름으로, 가수에 도전한 개그맨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6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개그맨 김재우 김경욱 김태환 등이 팀을 꾸린 나몰라 패밀리도 별도의 음반 활동을 병행했다.
이후에는 조금은 다른 행보의 ‘외도’가 시작됐다. 솔로가수 데뷔나 개그맨들이 뭉친 것이 아닌, 전문 가수와의 콜라보레이션이 그것이다.
2010년 개그맨 유세윤은 밴드 하이사이드의 리더 뮤지와 유브이(UV)라는 그룹을 결성, ‘쿨하지 못해 미안해’라는 곡으로 ‘대박’ 행진의 포문을 열었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비로소 ‘개가수’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니다.
유브이는 이후로도 ‘집행유애’ ‘이태원 프리덤’ ‘문나이트’ 등 발표하는 곡마다 음악팬들의 호응을 얻으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가수로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중들은 어느새 개그맨 유세윤과 유브이의 멤버 유세윤을 달리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뒤를 잇는 그룹이 개그맨 정형돈과 가수 데프콘이 팀을 이룬 ‘형돈이와 대준이’다. 지난 5월 ‘올림픽대로’라는 곡을 발표, 가요계에 발걸음을 내딛은 두 사람은 ‘안좋을때 들으면 더 안좋은 노래’로 음원차트 정상 석권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냥 한 번 해볼까?’라는 가벼운 발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형돈이와 대준이의 음반 준비 기간은 1년에 걸쳐 작업한 것으로, 정형돈이 총 프로듀싱과 전곡을 작사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브이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공감할 법한 교통체증과 남녀간의 미묘한 갈등, 이별 등 감칠맛나는 가사와 정형돈-데프콘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듣는 이들에게 감동과 웃음,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었다는 평을 얻었다.
또 최근에는 개그맨들의 의기투합도 있었다.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를 통해 음반을 내고 본격적으로 가요계에 진출한 것. 코너 ‘용감한 녀석들’의 주역 정태호 박성광 양선일 신보라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앞서 코너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코너 속에서 용감하고, 거침없이 시원한 곳을 긁어주던 용감한 녀석들은 가수로서 발표한 곡을 통해서도 기획 의도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코너의 주제곡과도 같았던 노래인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를 시작으로 맹목적으로 ‘돈’을 중시하는 현실을 꼬집는 ‘I 돈 Care’, ‘자꾸만’, 그리고 가장 최근 ‘멀어진다’에 이르기까지 음반을 발표했다.
‘개가수’는 뜻을 품고 음반을 낸 만큼 음악방송에서도 모습을 비췄다. 형돈이와 대준이, 그리고 용감한 녀석들은 가수로 지상파 음악방송 무대에서 누구보다 프로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들이 단순히 웃음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 일각에서는 개그맨들의 가수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개가수’의 등장이 가요계를 더욱 풍성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장르를 다양하게 넓히는데 한 몫을 했다는 부분은 인정해야 할 것임에 분명하다.
2012년 가요계를 환하게 밝힌 ‘개가수’. 오는 2013년에는 또 어떤 빛나는 활약으로 대중들을 즐겁게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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