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공직자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을 놓고 수출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의 내수마저 발목잡아 ‘소비절벽’을 부를 것이란 우려와 부정부패가 없는 투명사회를 앞당겨 경제성장 등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접대문화에 혁명적 변화가 촉발되긴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인 내수에는 쇼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559조원의 0.7%가 넘는 수준이다. ‘3·5·10룰’(식사 선물 경조사비ㆍ단위 만원)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음식업이 8조5000억원, 골프장이 1조1000억원, 소비재·유통업(선물)이 1조97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수협중앙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공동 분석한 결과 김영란법에 따라 연간 선물 수요는 최대 2조3000억원, 음식점 수요는 최대 4조20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축산농가는 한우 고기 선물상품의 93%가 10만원을 넘는 만큼 선물 수요만 24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수산업과 음식업이 받는 타격으로만 전체 고용이 최대 5만9000명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우리 경제의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9% 성장하며 간신히 ‘소비절벽’에서 탈출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성장률 마이너스 효과가 0.6%포인트인데 추경 11조원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4·4분기부터 김영란법으로 인한 내수 위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김영란법으로 인한 소비 위축은 단기간에 그치고, 장기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도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168개국 중 37위를 기록했다. 국가청렴도가 칠레(23위), 폴란드(30위)보다 낮았다. 시대에 맞지 않는 낙후된 ‘접대 문화’ 등이 원인이라는게 학계와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7점까지만 끌어올려도 0.65%포인트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에 더해 보면 3%대 성장도 충분히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을 법으로 금지했을 때도 ‘관행이 없어지겠느냐’ ‘음성적으로 돈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지만 결국 불법 정치자금이 사라져 기업 환경이 좋아졌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기업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10조원을 기록했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쓴 돈만 1조원을 넘었다. 대기업의 대관 업무 담당자 A씨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주말골프 접대는 물론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그간 친목 도모라는 명목으로 관행처럼 이뤄졌던 접대, 회식, 경조사문화는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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