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중앙대가 학교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김창인(24ㆍ철학과) 씨 자퇴 선언문 대자보를 부착한 지 만 하루 만에 뜯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앙대 학생들은 “이 괴물같은 학교가 자퇴하는 학생이 마지막으로 쓴 대자보까지 하루도 안 되어 떼어내 버렸다”며 분노하고 있다.
중앙대 교지편집위원회인 ‘중앙문화’와 학생 등에 따르면, 김창인 씨의 자퇴 선언문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대자보가 8일 학교 지시로 부착 하루 만에 철거됐다. 김 씨는 지난 7일 중앙대 법학관에 대자보를 부착했다.
이 학교 학생 2명과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 등이 작성해 같은 건물에 붙인 총 3장의 지지 자보 역시 하루 만에 뜯겨졌다.
중앙대 홍보실 관계자는 “대자보를 붙이려면 학칙에 따라 학교 측에 사전검인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 대자보는 이를 받지 않아 방호 직원이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떼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이 김 씨 대자보를 지정해 떼어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문화’는 “법학관 방호팀 직원에게 대자보를 누가 철거했냐고 문의한 결과 직원은 ‘전달받았을 뿐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김 씨의 대자보엔 “학교에서 지시한 것임, 치우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다.
더구나 법학관은 지난해 ‘안녕들하십니까’ 관련 대자보가 한 달 가량 부착돼 있던 곳이다. 따라서 사전검인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를 비판하는 내용을 불편해 한 중앙대가 철거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철거된 김 씨의 대자보는 한 중앙대 학생이 미화원실로부터 건네받아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대자보 철거 소식을 전하며 중앙대 횡포를 고발한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김창인 씨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생은 8일 “남아있는 학생들이 항의를 표현할 자리를 만들려고 하고 있지만, 솔직히 자퇴하는 사람의 마지막 대자보도 찢어버리는 이 괴물같은 학교가 여기에 콧방구나 뀔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제 친구의 힘들고 용기있는 결정이 이대로 묻혀버릴까봐, 단순한 젊은 날의 ‘무식한 패기’만으로 남아버릴까봐 솔직히 겁이 납니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중앙대 학생들은 총장을 비판한 교지가 학교에 의해 수거되고, 학교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수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등 대기업이 학교를 인수하고 뒤부터 학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창인 씨가 7일 작성한 대자보에도 중앙대의 기업화를 규탄하는 내용과 함께 이를 비판한 자신에게 중앙대가 수차례 부당한 징계를 내렸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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