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서상범 기자] 테슬라(TESLA).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이 회사는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흔드는 혁신적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기차하면 떠올렸던 효율성은 물론, 스포츠카 수준의 고성능을 발휘하는 모델들을 속속 내놓으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을 위협하고 있죠.

이런 테슬라의 아성에 도전하고 나선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자동차 업체가 아닌 모터사이클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입니다.

이탈리아의 전기 모터사이클 업체 에너지카의 ‘에고’.

16일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FT)의 1면에는 날렵한 모습의 모터사이클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이 모터사이클의 정체는 이탈리아의 모터사이클 업체 에너지카(Energica)가 내놓은 ‘에고(EGO)’라는 모델입니다.

전기로만 구동하는 이 모델은 기존 전기 모터사이클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파괴합니다. 그동안 전기 모터사이클은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등 고성능 퍼포먼스 모델과는 개념을 달리했는데요. 때문에 두카티 등 전통적인 고성능 모터사이클과는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전기 모터사이클 업체 에너지카의 ‘에고’.

하지만 ‘에고’의 성능은 전통적 강자들을 충분히 긴장하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출발상태에서 시속60마일(약 96.6㎞)에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3초. 최고 시속은 150마일(241㎞)에 달하는 등 기존 고성능 바이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전기로 구동하면서도 모터사이클의 매력인 엔진음 역시 살리고 있다는 점 입니다. 물론 전통적인 내연 엔진 모터사이클의 심장을 떨리게 하는 엔진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치 제트기의 엔진음과 같은 특색있는 엔진음을 내 기존 모터사이클들과는 다른 매력을 어필하고 있죠.

리비아 체볼리니 에너지카 CEO는 “전기 엔진의 특색을 잘 살릴 수 있는 적절한 엔진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고성능과 동시에 전기 모터사이클 특유의 효율성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에고’는 한 번 충전으로 100마일(약 160㎞)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고, 80%까지 충전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성능과 효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에너지카의 목표는 모터사이클계의 테슬라입니다.

체볼리니 CEO는 “우리는 테슬라가 그랬듯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며, 그 원동력은 기술(technology)이 될 것이다”라고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고성능 모터사이클 업체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당장은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간주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한 외국계 모터사이클 업체 측은 “자동차와는 다르게 모터사이클의 고성능이라는 측면은 단순히 빠른 속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스펜션과 브레이킹, 코너링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세밀한 성능의 진보가 축적돼야 고성능 퍼포먼스 모터사이클이라고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례로 두카티가 최근 출시한 ‘2016 멀티스트라다 1200’에는 IMU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됐는데요. Inertial Measurement Unit 이라 불리는 IMU는 일명 관성측정장치로 바이크의 회전운동인 롤(Roll), 요(yaw), 핏치(pitch)를 감지하는 장치입니다. 바이크의 구동상태를 파악해 다른 전자시스템과의 조화를 이뤄 운전성을 극대화하는 첨단 기술이죠. 이러한 일종의 경험과 유산때문에 당장 전통적인 모터사이클 업체들이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전통적 업체들이 전기바이크에 대해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111년 역사의 미국 최대 모터사이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이 최근 자사 최초의 전기 모터사이클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할리데이비슨 최초의 전기 모터사이클 ‘라이브 와이어’.

할리데이비슨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된 ‘라이브 와이어(LiveWire)’를 선보였습니다. 당장 판매가 되는 모델은 아니지만 업체 측은 향후 도시에 거주하면서 환경 문제에 민감한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형 모델임을 밝혔죠.

여기에 에너지카가 모터사이클 계의 테슬라가 되기 위한 필수요소도 있습니다. 테슬라가 지금의 명성을 얻은 이유는 단순히 고성능 고효율 전기차라는 점이 아니라,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에너지카 역시 모터사이클로 어떠한 혁신과 진보를 우리 사회에 제시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