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 얼마 전 페이스북으로부터 지인의 생일알림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비보에 빈소를 찾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행여 내가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게시글 한 켠에 자리한 프로필 사진 속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과연 그는 ‘페이스북’의 연결망 속에서 이렇게 추억되고 싶었을까요? 모르는 일입니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 개인이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잊힐 권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지워지지 않는 기억 때문에 고통을 받는 일반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사생활 보호’ 측면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의 두 가치가 충돌해 시행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됩니다. ‘잊힐 권리’는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인 ‘표현의 자유’와 상충되기 때문입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잊힐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습니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지요.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에 관해선 아직 논란이 많습니다. 방통위는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할 예정입니다.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자신이 올린 글만 삭제할 수 있다? =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만 대상으로 할지, 타인이 올린 자신에 관한 글까지 포함시킬 것인가.
②본인만 삭제가 가능하다? =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의 자격도 따져봐야 합니다. 본인으로 국한할지, 가족이나 유가족 등으로 더 확대할지 등.
③포털 사이트에서만 삭제가 가능하다? = 삭제 대상을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사업자만으로 할지, 좀 더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게시판·카페·동호회도 포함할지도 고민거리입니다.
④통신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한다? = 절차적으로는 기준만 마련한 뒤 통신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삭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지, 삭제 여부를 판단할 별도의 기구를 둘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같은 흐름에 방통위는 먼저 잊힐 권리 연구반 등을 운영,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추진하되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 여론의 감시가 필요한 공인과 언론사 기사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잊힐 권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은 앞서 언급했듯 여러가지 난제를 안고 있는데요. 방통위가 발표할 가이드라인의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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