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막혀 육지로 출근 못하고 생필품 떨어져 생계조차 막막 기름막 영향 수산물도 안팔려
“정규 선착장만 열어달라는 겁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25일째인 지난 10일 진도 조도면 이화상에서 만난 박석암(65) 씨는 답답함을 이렇게 호소했다. 그는 지난 9일 오전 진도 팽목항에서 조도 창유항으로 가는 정규 선착장을 다시 열어달라는 내용의 팻말을 메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조도로 들어가는 첫 배가 수심이 얕아 결항된 이후, 두번째 배가 만선이라 차를 실을 수 없게 된 데 분노한 것이다.
박 씨는 “학교 급식을 납품하는 데, 애들 급식도 제대로 못 넣는다”며 “뭍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하루 전날 가거나 아예 못 갈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이제 사고 한달이 다 돼가고, 실종자 수도 줄어드는 데 임시 선착장만 기존 선착장으로 옮겨줬으면 한다”고 했다.
침몰한 세월호의 실종자 수색이 장기화되면서 조도 주민들이 조심스럽게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헤럴드경제가 직접 찾아간 조도는 적막감이 맴돌았다. 주말평균 800명~1000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던 과거와 달리 외부인의 발길이 끊긴 것은 물론, 팽목항과 연결되는 배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어 거주민마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진도 팽목항과 조도 창유항을 오가는 배편을 하루 8회였지만 사고 이후 2회~3회로 감소했다. 선착장에 사고지원텐트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수심이 깊어 배가 자주 드나들 수 있었던 기존의 선착장과 달리 임시로 마련한 선착장은 수심이 얕아 배를 접안하기 어렵다. 또 썰물 때는 배가 들어올 수 없어 만조 시간을 맞추다보니 줄어든 배편이 대부분 오전에 몰려 있다. 실제로 이날도 팽목항에서 창유항으로 가는 배는 오전 8시와 11시에 단 두 편이었고, 창유항에서 팽목항으로 돌아오는 배도 10시20분에 단 한 척 뿐이었다.
율목의 정순배(51) 이장은 “기존 선착장을 막은 건 조도 주민들의 손발을 묶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에 일을 보고 오후에 들어와야 하는 데, 배 편이 오전밖에 없어 한 번 육지로 나가면 꼼짝없이 다음날 오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선 양식을 한다는 정 이장은 “물고기 먹이까지 떨어져서 굶기고 있다”며 “조도 주민 중 이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막도 주민들의 골칫거리다. 정 이장은 “지금이 관광객이 많을 시기인데 방송에서 기름이 유출됐다고 하니 아무도 오질 않는다”며 “기름 유출 피해도 없는 데 관광객도 끊기고 해조류도 팔리질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황금연휴 기간 대목을 예상한 이 지역의 숙박업소들은 줄취소로 인해 예약금을 환불하고 울상을 지었다.
또 조도에서 생산된 해조류가 기름을 먹었다는 소문이 돌아 양식장에선 수확 자체를 포기했다. 수확을 해도 예전처럼 kg당 5만원씩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어민들은 혹시 다른 상품들까지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차라리 시장에 내놓지 않을 생각이다.
정 이장은 조도 주민 전체의 생계가 걸린만큼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늘 중으로 안전행정부에서 정규 선착장운항에 대한 답을 준다고 했다”며 “답을 주지 않으면 오는 14일에 조도 주민 500명과 함께 팽목항에서 항의를 하겠다”고 했다.
진도=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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