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8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한국측에 “최선의, 최종적인 무역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고 촉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현재까지 한국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미국측이 부정적 입장이며 사실상 추가 양보를 요구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국측이 새로운 제안을 통해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양국 무역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얘기여서 우리로서는 최종 담판을 위한 플랜B의 협상력이 필요한 국면이다.

우리 정부는 당초 ‘1000억달러+α’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준비했지만, 미국은 이의 4배인 4000억달러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어 간격이 크다. 일본이 5500억달러, 유럽연합(EU)이 60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상호관세 15%를 받아갔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EU와의 협상 막판에 개입한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대미 투자 금액을 1000억달러씩 높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2000억달러+α’, 나아가 최대 3000억달러까지 대미 투자를 늘리는 ‘영끌’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합의 이행 여부보단 일단 상징적인 숫자를 크게 해 정치적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트럼프 계산법’에 맞추기 위해선 불가피한 협상술이다. 일본과 EU도 이같은 협상술을 동원했다. 6000억달러 대미 투자 선물을 안긴 EU는 “실제 집행은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 기업들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고, 일본 역시 미국에 약속한 5500억달러가 현금 투자가 아니라 출자와 융자, 융자 보증 등의 형태라고 했다.

대미 투자의 파이를 키우려면 민간 기업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이재용 삼성회장 등 기업인들과 회동한 이유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현지에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최근 테슬라와 165억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투자 규모를 키울 여지가 생겼다. 김동관 한화 회장도 정부가 미국에 제안한 조선산업 부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수십조 투자 효과를 알리기 위해 미국 협상단에 합류했다.

민관이 관세협상에 총력전을 펴는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쌀·소고기 수입 불가를 외치는 것은 우려스럽다. ‘무역 대한민국’이 벼랑끝에 몰린 상황이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협상이 되도록 대승적 협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