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진도)=서지혜ㆍ이수민 기자] 사고 27일째 남겨진 실종자는 29명. 체육관을 가득 메웠던 통곡이 점차 사라지고 남은 가족은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이제 믿을 건 오로지 오로지 잠수부 뿐이다. 가족들에겐 잠수부가 언딘이든, 해군이든 중요치 않다. 그저 내 자식을 데리고 오면 그 사람이 바로 진짜 잠수부다.
지난 주말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등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피해 가족들은 기상 악화로 수색 중단이 이어지면서 상당히 지친 표정이었다. 이들은 “언제 들어가서 얼마나 작업하고 나오는지 작업 시간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항의하다가도 “잠수부들에게 먹을 것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희생자 이한솔 군의 아버지 이일용 씨는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다시 진도체육관을 찾아 울분을 토했다. 그는 “지금 엄마들은 아이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의 상태가 안좋다”며 “먼저 자식을 찾은 부모들은 시신을 보지 말라고 권유할 정도”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는 진도 군청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대신해 ‘잠수부 충원 및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잠수부를 늘려달라는 거지 무조건 투입하라는 게 아니다”며 최근 잠수부 사망 사고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그런 사고는 애초에 없었어야 했다”며 “우리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처음부터 ‘프로 잠수부를 투입해달라’, ‘인원을 늘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잠수부들이 우리보다 중요한 사람이니 최대한 휴식, 식사 등의 편의를 봐 줘야 한다”며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주는 등 컨디션을 최고조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체육관에서 만난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한 번 입수하면 12시간 쉬는 게 정석이라고 들었는데, 3번이나 들어가니 트라우마가 엄청 심한 것 같다”며 잠수부들의 심리적 건강 상태를 우려했다.
한편 현장에 있는 가족들은 점차 지쳐가고 있다. 특히 11일부터 풍랑특보 발령을 위한 예비특보가 발효되는 등 기상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일부 가족들은 ‘선체를 인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조심스레 꺼내는 상황이다.
한 실종자 가족은 “생계가 있는 분들은 체념 상태로 빨리 마무리짓고 싶어하기도 한다”며 “장비가 이미 많이 들어간다고 하는 데, 우리는 일부 시신이 유실되는 것도 감안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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