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을 5000명 이상 감축하고,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로 다시 인상한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중동전쟁에 대해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및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 요청에 비협조적 반응을 보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전체에 대한 안보·경제 보복으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미온적이란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총을 받았던 한국도 미국의 보복에서 자유롭지 않다. 애먼 불똥을 맞지않도록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
독일에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약 3만6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유럽사령부(EUROCOM)·아프리카사령부(AFRICOM) 본부가 있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안보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다. 이같은 주독미군의 감축은 전후 자유주의 질서를 떠받쳐온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주독미군 감축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트럼프 1기 땐 주독미군의 3분의 1인 약 1만2000명 철수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듬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때보다 나토와 사이가 더 벌어진 지금 주독미군 감축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내에 완료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EU산 자동차 관세를 25%로 올리면 독일이 150억유로(약 25조9000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독일뿐만 아니라 스페인·이탈리아도 트럼프의 보복 리스트에 올라 있다.
우리도 트럼프 리스트에 올라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한국을 여러 차례 콕 집어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달 6일엔 “우리는 핵을 많이 가진 김정은 옆에 4만5000명(사실은 2만8500명)의 병력을 두고 있지만, 한국이 우리를 돕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한·미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책임 재조정을 포함하는 이른바 ‘동맹 현대화’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일부 병력의 감축·이전 배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또 EU와 마찬가지로 대미 투자 이행 지연을 문제 삼아 자동차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다.
세계화가 퇴조하고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확산과 자원 무기화가 득세하면서 동맹의 개념이 무뎌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요동치는 국제정세에 휘둘리지 않고 안보와 경제를 굳건히 하려면 판세를 읽는 예민한 감각과 외교술, 무엇보다 자강력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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