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진해운 구조조정으로 인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컨트롤타워와 비전, 사명감이 없으면 조선ㆍ 철강업 등 향후 취약산업의 구조조정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부실과 비효율을 걷어내고 생산성과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수적이지만, 이번 한진해운 법정관리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리더십 부재와 무능력이 반복된다면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는 “해운을 시작으로 앞으로 철강이나 조선 등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첫단추를 엉터리로 끼니까 구조조정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경제가 구조조정 때문에 더 미래가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현재 정부에 제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할만한 주체도 없고 사명감도 없고, 비전도 없는 것”이라며 “피땀 흘려 만들어놓은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이번 사안은 금융 쪽의 의사결정만으론 문제해결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콘트롤 타워가 없어 오리혀 사태가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정부의 미숙한 대처를 질타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원칙 없는 구조조정을 했다가 비판을 받으면 아무것도 안 해 버리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산업 구조조정이 전문성 없이 여론에 휘둘렸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이번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파장이 커진 것은 선제적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30∼40년에 걸쳐 이룬 기간산업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진해운은 2009년부터 조짐이 있었는데 정부가 안이한 생각에 빠졌다가 시기를 놓쳤다”면서 “옛날처럼 정부가 나서서 물적 자원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아젠다를 세팅하고 의제를 환기시키는 솔루션 위원회로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질서 있는 청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산업 전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현재 한진이 겪고 있는 영업 자금상의 문제는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면서 “회사가 당장 청산되는 게 아니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면서 법정관리 등을 함께 논의해야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진해운 문제가 STX처럼 법원으로 가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몇번이나 거론된 시나리오였다”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어떤 비난이라도 책임지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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