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법원이 신원을 숨기기 위해 복면 등을 쓰고 계획적인 불법시위를 한 경우 현행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기로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진강)는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회의실에서 제74차 전체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무집행방해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죄의 형량은 별도의 가중이나 감경요인이 없는 한 징역 6개월에서 1년 6개월 사이에서 정해진다. 기본 영역의 상한이 기존 1년 4개월에서 1년 6개월로 높아졌다. 또 양형위는 신원을 숨기기 위해 신체 일부를 가리고 계획적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경우 이를 ‘일반 가중인자’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양형인자는 ‘감경·기본·가중’ 등 각 영역 안에서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된다. 반면 특별양형인자는 형이 ‘감경·기본·가중’ 중 어느 영역에 해당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그간 복면 착용은 양형인자에 포함되지 않아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양형인자에 포함된 이상 법관의 재량에 따라 권고 형량 내에서 형을 무겁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양형위는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던 경우는 가중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령 익명성을 보장받기 위해 평화적으로 복면을 쓰고 시위를 하던 중 현장에서 우발적인 폭력 시위에 휩쓸렸다면 복면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무겁게 처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복면시위에 대한 양형기준 수정 논란은 지난해 민중 총궐기 대회 이후 청와대와 검찰이 복면시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복면 시위자들을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빗대기까지 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부터 복면을 착용하고 불법시위에 가담한 경우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고, 구형량도 최대 징역 1년까지 늘리는 새로운 ‘공무집행방해 사범처리기준’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검찰은 당초 복면 시위에 대해서 ‘특별 가중인자’로 분류하자고 주장했지만, 양형위는 이같은 결정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음을 고려해 계획적으로 복면을 쓰고 불법시위를 한 경우만 가중처벌하기로 결정했다.

의결된 수정안은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국회 등 관계기관의 의견 조회를 거쳐 다시 양형위에서 논의한 뒤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