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일자리는 줄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5월 취업자는 291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명 줄었다.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 심리가 얼어붙은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14만명 감소해 7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고, 청년 취업자는 25만5000명 줄어 코로나19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고용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에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와 화학, 고무·플라스틱 등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업종들이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청년 고용 한파는 복합적이다. 청년 취업자 감소는 전체 취업자 감소의 여섯 배를 웃돈다.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도 어렵다. 청년 취업자는 지난 3월 14만7000명 감소한 데 이어 4월에는 19만4000명, 5월에는 25만5000명 감소하며 감소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AI(인공지능)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연구개발(R&D), 컨설팅, 법률·회계 등이 포함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8만9000명 감소했다. AI가 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신입 채용이 줄어든 결과로 보인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성장과 고용이 따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수출은 877억5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 역시 372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169.4% 급증했다. AI 붐에 힘입어 반도체가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반도체업종 취업자는 전체 제조업 취업자의 4% 수준에 불과하다. 높은 성장세가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간극은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AI 고도화와 피지컬 AI, 로봇 자동화가 확산될수록 성장과 고용의 괴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가 현금 지원이나 단기 처방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보다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한창 일 경험을 쌓아야 할 청년들이 일자리에서 멀어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다. 일자리가 없으면 소득과 자산 형성은 물론 결혼과 출산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20%에 속하는 20~30대 비중이 2020년 7.9%에서 지난해 15.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일할 수 있도록 정책의 중심축을 청년 고용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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