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에너지 소진 상태 사람들 하나 둘씩 떠나자 불안감 자책감에 극단선택 위험성 높아 경찰 2인1조로 24시간 순찰 강화
지난 13일 오후 5시께 진도체육관 1층 복도. 경찰 2명이 남자 샤워실 안을 확인했다. 화장실에도 들러 문을 열었다.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하던 한 남성이 이를 보고 말했다. “무슨 일 났어요?” 남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찰을 쳐다봤다. “아니에요.” 통상적인 순찰이라고 설명하자 남성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깜작 놀랐네, 난 또 누가 잘못된 줄 알고…” 그는 한숨을 쉬며, 다시 묵묵히 양치질을 했다.
사고가 터진 지 한달이 넘은 16일. 현재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실종자 가족 70여명이 남아 있다. 수습 작업이 길어지면서, 가족과 경찰ㆍ자원봉사자 등은 요즘 ‘조마조마’한 감정을 느끼며 살고 있다. 행여라도 절망한 이들이 나쁜 생각을 할까 염려해서다.
실제 팽목항에서는 지난 8일 오후 8시15분께 한 방문객(68)이 바닷가에서 기도를 하다 말고 갑자기 물로 뛰어들다 경찰과 구조대원에 제지된 일도 있었다.
남은 이들은 혹시 비슷한 사고가 날까 싶어 살얼음 걷듯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정미 부산장신대 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실종자 가족들은 현재 에너지가 거의 소진된 상태”라며 “유족들 뿐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 역시 감정적 좌절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진도체육관에서 닷새간 실종자 가족 심리상담을 했었다.
문제는 실종자 가족 상당수가 실종자에 대한 커다란 죄책감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한 유족 할머니는 자신이 손녀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자책했다. 안산 단원고에 다니는 손녀는 수학여행 이틀 전부터 “배를 타기 싫다”고 했지만, 자신이 억지로 수학여행을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손녀는 결국 주검으로 돌아왔다. 진도체육관 실종자 가족 등에 따르면, 할머니는 손녀 시신을 못찾고 있을 당시 꿈에 손녀가 나와 “할머니”라고 불렀는데, 그날부터 “우리 손녀는 갔어요”라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말못할 부분에서 실종자 가족이 자기를 탓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현장의 경비 인력들은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 15일 찾아간 진도체육관 앞 동외제 저수지 산책로 입구엔 경찰이 1명 근무했다. 옆에 인명구조 장비보관함에 걸려 있는 튜브 모양의 플라스틱 구명환도 1개 보였다. 안쪽으로 10m가량 더 들어가자 다른 경찰 1명도 근무 중이었다. 울창한 나무에 가려 바깥에선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그는 “실종자 가족의 혹시 모를 위험한 행동에 대비해 근무하고 있다”며 “물가가 인접해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배치됐다”고 했다. 단원고 강모(53) 교감이 죄책감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체육관 뒷산 길목 부근도 경찰 1명이 지키고 있다. 체육관 외부를 순찰하는 여경들은 둘씩 짝지어 건물을 규칙적으로 돈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외부에 설치된 여성 간이샤워실 문도 꼭 열어 확인을 한다.
팽목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항구 초입, 빨간 등대로 향하는 방파제 길엔 낮에도 순찰 근무를 선다. 노란 리본이 엮인 철제 난간 옆으로 경찰이 오가고, 등대 밑 구명조끼 입은 구조대원들이 근무를 선다.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선박 접안 지역 등에도 경찰들이 가이드라인을 치고 서 있다. 한 경찰은 “사람이 물 가까이 오면 티나지 않게 조심히 살핀다”고 했다.
팽목항엔 경찰 외에도 소방서 구조대원도 하루 15명씩 근무 중이다. 전남지역 119안전센터에서 한 곳당 한 명씩 차출됐다. 5명이 한 조, 3교대 근무다. 담양소방서에서 온 구조대원은 “지난 8일 방문객의 소동 이후 경계가 더 강화됐다”며 “특히 등대 부근 근무자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고 했다. 한 경찰은 “실종자 가족은 항구에 낮보다는 밤에 더 많이 오신다”며 “잠이 안 오면 나와서 바다 보면서 울고 가신다”고 했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 각각 1개씩 차려진 봉사약국도 조심스럽다. 약사들은 수면제를 갖다놓지 않는다. 대신 좀 더 약한 수면유도제를 처방하고 있다. 수면제를 잘못 사용할 위험을 경계해서다. 한 약사는 “가까이서 가족들을 보면 위태로운 기분이 들고, 불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안타까워 했다.
현재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의 순찰ㆍ경계 업무는 전남지방경찰청이 맡고 있다. 근무 인원은 기동대 3개 중대 240∼300명과 여기동대 2개 제대 60여명이다. 전남경찰청 홍보계장 김종득 경정은 “24시간 가족보호활동을 하고 있다”며 “미연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근무요령을 강화했다”고 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매일 30∼40명의 구조대원도 근무하고 있다.
하정미 교수는 “가족끼리 의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외부 도움을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전문가가 장기간 진도에 내려가서 상담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지난 15일 진도군청을 찾아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아이들을 다 꺼낼 때까지 기자분들도, 다른분들도 여기 안 떠나셨으면 좋겠어. 사람들 점점 줄어드는 게 우린 너무너무 불안해.”
진도=이지웅ㆍ김현일ㆍ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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