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1·2 수업 3~6교시 확대 ‘논란’

정부 예체능·영어 활동 등 추가 구상

교사 “돌봄과 의무수업 다르다” 비판

논의 근거·국교위 의사결정 과정 지적

돌봄 공백을 메우려 아이들의 수업을 늘려야 할까. 초등학교 1·2학년의 ‘오후 3시 하교’를 둘러싸고 학교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오후 3시가 넘어 하교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챗GPT로 제작]
돌봄 공백을 메우려 아이들의 수업을 늘려야 할까. 초등학교 1·2학년의 ‘오후 3시 하교’를 둘러싸고 학교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오후 3시가 넘어 하교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챗GPT로 제작]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돌봄이 필요하면 돌봄을 늘려야지 왜 모든 8살의 의무수업시간을 늘려야 합니까.”

돌봄 공백을 메우려 아이들의 수업을 늘려야 할까. 초등학교 1·2학년의 ‘오후 3시 하교’를 둘러싸고 학교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맞벌이·한부모 가정의 돌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교사들은 필요한 학생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것과 모든 학생의 의무수업을 늘리는 것은 다르다고 맞선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돌봄 강화에는 공감하지만 일률적인 수업 연장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을 논의하는 절차도 도마에 올랐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본회의에서 정식으로 다루지 않은 방안이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초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교원단체들은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추진 중단과 논의 과정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수업 늘리고 ‘교육팀’ 도입…교원·인건비 확보는 과제

국교위와 국회미래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3일 정책 포럼을 개최하고 초등 1·2학년의 수업시수를 우선 3·4학년 수준으로 늘리고 5·6학년 수준까지 확대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단계별로 1단계에서는 약 3교시, 2단계에서는 6교시 분량의 수업이 추가되는 셈이다. 1교시는 현재 40분이다.

늘어난 시간에는 독서·예술·체육·탐구 활동과 놀이·휴식을 편성한다. 확대 단계인 2단계에서는 영어·언어문화 활동을 도입하는 방안도 나왔다.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학생학부모연구실장은 이를 두고 “교과 중심 영어수업이 아닌 언어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늘어난 시간의 수업과 학생 지도를 누가 맡느냐다. 담임이 대부분의 교과 수업과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초등 저학년 특성상 인력 보강 없이 교육시간을 늘리면 부담이 담임에게 집중될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진은 담임의 수업 부담을 늘리지 않으려면 1단계에서 5430명, 2단계에서 1만290명의 추가 교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연간 추가 인건비는 각각 약 5200억원과 9800억원이다.

이를 위해 담임·전담·협력교사 등이 역할을 나눠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팀’ 운영을 제안했다. 담임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원이 수업과 학생 지도를 분담하는 방식이다. 정규교육과 방과후·돌봄의 책임도 나눈다. 정규교육과정은 기존처럼 학교장이 총괄하되 방과후·돌봄 인력과 학생 안전·민원 관리는 가칭 ‘방과후 학교장’에게 맡기는 구상이다.

이 실장은 “이번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 구상은 학교에서 오래 머물도록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공교육을 제공하는 데 있다”며 “다만 교원·예산 확보와 구체적인 업무 분담, 사고 발생 시 책임체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인력을 실제로 충원하지 못하거나 책임 구분이 불명확하면 늘어난 업무가 다시 담임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덕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새 학기 교과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덕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새 학기 교과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돌봄은 선택인데 수업은 의무…“40분도 버거운 아이들”

교사들은 저학년 학생의 발달 단계와 선택권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놀이·예체능 중심으로 운영하더라도 정규교육과정이 늘어나면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학생까지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민 충남교사노조 조직국장은 “2학년 담임을 하며 한 교시 40분을 버티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매일 교실에서 마주했다”며 “오후 3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한다면 그 시간이 반드시 정규 수업이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경우 장애 특성에 따른 치료·재활과 휴식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성희 전국특수교사노조 교권국장은 “학생들은 장애 특성으로 인해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고 누적되는 피로와 감각적 과부하는 신체적·정서적 어려움과 위기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과 지원인력 확충 없이 수업시간만 늘리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수업이) 재미있든 재미없든 선택할 수 없다면 강제이기 때문에 교사도 아이들도 지치게 된다”고 비판했다.

오후 3시 하교만으로 돌봄 공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부모의 퇴근시간과 방과후 돌봄체계가 그대로라면 학생들이 학원으로 이동하는 시간만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7년 차 초등교사 B씨는 “집에 보호자가 없으면 아이들은 3시에 나와서 학원으로 간다”며 “돌봄 공백은 그대로 두고 수업시간만 늘린 정책이 된다”고 했다.

정책 논의에서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았다는 불만도 드러났다. 교원과 공간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시간부터 늘리면 부담은 결국 교실로 돌아온다는 우려다. 11년 차 초등교사 C씨는 “현장의 목소리가 빠진 정책은 결국 교실에서 감당하게 된다”며 “아이에게 필요한 건 더 긴 학교가 아니라 더 좋은 하루”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오산시 원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통기타를 배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기도 오산시 원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통기타를 배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부 대신 놀이?”…학부모도 일괄 하교에 시각차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하교 시간이 빨라지는 ‘돌봄 절벽’을 두고 더는 가정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하교 시간만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찬성 측은 ‘3시 하교’를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는 정책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학교에서 충분히 쉬고 놀면서 예술·체육 활동을 경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정 형편에 따라 달라지는 교육 경험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 회장은 “3시 하교는 공부를 더 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춰 쉬는 시간을 늘리거나 점심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놀이와 체육·예술활동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학교에서 피곤하다고 한다면 아이들이 피곤하지 않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의 부모가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쓰지 못하면 조부모 손을 빌리거나 여러 학원을 돌며 하교 이후 시간을 채우고 있다.

다만 반대 측 학부모들은 국가의 돌봄 책임을 강화하더라도 모든 학생에게 같은 하교 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정마다 돌봄 수요가 다른 만큼 필요한 학생에게 선택형 돌봄을 제공하고 오후 3시 이후의 공백까지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 심소희 씨는 “국가가 아이들을 책임지는 일에 반대하지 않고 이번 국교위의 제안이 반갑고 필요하다”면서도 “그 방식이 아이들을 오래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돌보고 부모가 더 일찍 아이 곁으로 갈 수 있게 하는 방향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초등학생의 하교 시간 확대 논의를 넘어서서 일하는 부모의 육아시간 확보, 유연근무를 보장 등의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노조연맹이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3시 하교제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노조연맹 제공]
교사노조연맹이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3시 하교제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노조연맹 제공]

OECD 비교부터 ‘교사 없는 지원단’까지 논란

교육계에서는 교육시간 확대의 근거와 논의 절차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교위와 연구진은 한국 초등 1·2학년의 연간 정규수업 시간이 60분 기준 581시간으로 비교 대상 국가 평균 815시간보다 28.7% 적다는 점을 언급하며 수업시간 확대를 제안했다. 교육시간 확대가 아동 발달을 돕고 부모의 돌봄·사교육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이었다.

교원단체는 국가마다 학제와 수업일수, 시간 산정 방식, 휴식·놀이·돌봄의 포함 범위와 학교 여건이 다르므로 숫자만으로 교육시간 부족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은 “독일 전일제학교 사례를 근거로 정규교육시간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제도의 실제 운영과 한국의 돌봄·방과후 체계를 충분히 비교하지 않은 왜곡된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복수의 국교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3시 하교제는 위원들이 모여 주요 교육정책을 심의하는 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뤄진 적이 없다. 문제는 국가교육발전계획 초안에는 2031년 초등학교 1학년, 2032년 2학년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일정까지 담겼다. 위원회 차원의 공식 논의에 앞서 시행 일정부터 제시된 셈이다.

초안 작성을 지원하는 통합지원단 구성도 논란이다. 통합지원단은 국교위 산하 특별위원회의 의견과 기존 계획안을 종합하는 기구다. 위원 16명은 전·현직 대학교수 11명, 한국교육개발원 관련 인사 4명, 중학교 교감 1명으로 구성됐다. 학교 관리자인 교감은 참여했지만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현직 유·초·중·고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학교 현장의 ‘교사 패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원단체들은 ▷초안 포함 경위와 논의 자료 공개 ▷통합지원단 구성 재검토 ▷현장 교사가 참여하는 공개 숙의 등을 촉구하고 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2026년 제9차 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2026년 제9차 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국교위 “확정된 바 없다”…초안 원점 재검토

국교위는 3시 하교제 추진을 결정한 적이 없다며 유출된 국가교육발전계획 초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교위는 3시 하교제 논란을 두고 “교육발전계획은 초안을 일부 작성 중인 단계에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출본은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작성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초안에 담긴 정책과 시행 일정을 확정된 추진 계획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차정인 국교위원장 역시 지난 4일 임시회의에서 “국교위가 오후 3시 하교제를 추진한다는 기사는 기사일 뿐”이라며 “국교위는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교위 관계자는 “정책 포럼 역시 도입을 전제로 한 행사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면서 “연구진이 제안한 수업시수 확대와 교원 증원, 학교 운영체제 개편 방안도 국교위가 채택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했다.

차 위원장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초등 저학년 교육 시간 확대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 우려와 선결 과제를 균형 있게 살펴보는 매우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논의가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직 교사가 참여하지 않은 통합지원단 구성에 대해서도 지원단 측은 역할과 의견 수렴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합지원단은 국교위 산하 특별위원회의 의견과 이전에 작성된 계획 초안을 종합하는 기구라는 것이다. 지원단 관계자는 “현장 의견 수렴을 반영하는 구조를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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