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회에 대미투자 보고
2호·3호는 원전 건설·알래스카 LNG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서 협상중
김정관 “상업적 합리성 면밀히 살펴”
1호투자 223억弗…20년간 60조원 회수
年200억달러 한도 넘으면 투자않기로
산자위 “알래스카 LNG 구체화 안돼”
상업적 합리성이 추가투자 실행 관건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의 사업별 추진 윤곽이 처음 구체화됐다. 정부가 추진 의사를 결정한 1호 사업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로 확인됐으며, 원전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은 각각 2·3호 후속 사업으로 추진계획이 마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 연간 투자액이 200억 달러 한도를 넘을 경우 추가 투자를 하지 않기로 보고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오늘(22일)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업관리위원회와 재경부 장관이 위원장인 운영위원회를 거쳐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사를 결정한 프로젝트를 1건 보고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구체적 추진 의사를 결정한 사업은 아니나 양국의 관심을 반영한 2건의 프로젝트에 대한 추진계획을 보고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는 이날 각각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미투자 협상 경과와 세부 내용을 보고했다. 재경위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산중위에는 김 장관과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했다. 보고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장관은 “정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은 적극 발굴해 협의하고 미국 측이 제안한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의 일관된 원칙으로 면밀히 살펴왔다”고 그간의 협상 경과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미 투자가 단순한 자금 투입과 회수를 넘어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도록 국익의 관점에서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추진 의사를 결정한 첫 사업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다. 223억달러(약 3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이 사업은 인근에 개발 예정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핵심 수익원으로 한다.
지난해 한미 양국이 합의한 연간 200억달러 상한, 총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를 실제 사업으로 이행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엔시날 사업에 총 223억달러를 투자해 20년간 투자원금의 약 두 배인 60조원가량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없이 사업비 전액을 출자하는 표준 시나리오에서 원금의 1.9~2.0배를 회수하고, 연간 수익률은 5.78~6.22% 수준으로 계산했다. 20년 만기 미국 국채에 한미가 합의한 프로젝트별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수익성 전망의 핵심 전제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빅테크 등 대형 전력 수요처가 발전 용량을 확보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용량요금을 ㎾당 월 67.9~70.7달러로 가정했다. 사업을 검토한 국내 자문사가 제시한 시장 범위인 47.7~80.9달러와 비교하면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현재 텍사스 발전소의 전력 구매계약을 체결한 수요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수익원인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용량요금을 적용한 만큼 사업성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력망 접속도 변수다. 최근 텍사스주에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접속 신청이 급증하면서 75㎿ 이상 대형 수요처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고 있다. 접속이 지연될 경우 발전소의 실제 가동과 전력 판매 시점도 함께 늦어질 수 있다.
엔시날 프로젝트 자체가 현지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업이라는 점도 변수다. 한국의 대미투자 후보로 넘어온 뒤 사업이 다시 추진되는 가운데, 초기 합작법인(JV) 참여를 검토했던 미국 최대 전력·에너지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도 최종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호 대미프로젝트로는 원전 8기 건설이 유력하다. 원전 8기 건설 후보지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윌리엄 스테이츠 리 3세(William States Lee III) 1·2호기’와 플로리다주의 ‘터키포인트(Turkey Point) 6·7호기’가 거론된다.
두 사업 모두 기존 사업자와 부지를 확보한 데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미국형 원자로인 ‘AP1000’ 건설을 위한 인허가까지 받은 곳이다. 새 부지를 선정하고 인허가를 처음부터 밟는 것보다 사업 기간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과거 사업성 문제로 진척되지 못했던 프로젝트에 미국 정부의 금융지원과 한국의 대미투자 자금을 결합해 사업을 재가동하는 구도다.
현재 한미는 미국에 건설할 대형 원전 8기 중 6기는 웨스팅하우스 모델인 AP1000, 2기는 한국이 개발한 ‘APR1400’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문제는 웨스팅하우스가 AP1000 원자로인 미국 조지아주 보글 원전 3·4호기 건설 당시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로 2017년 3월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점이다. 당시 웨스팅하우스 모기업이었던 도시바는 이 여파로 7조원 이상 손실을 입고 경영 위기를 맞았다.
이날 산업부는 미국의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와 관련해 5∼10%서 협상 중이라고 보고했다.
한국은 체코 원전 수주 당시 맺은 불리한 계약 조건을 개선하고 향후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20% 안팎과 이사회 참여 등 실질적 의결권을 요구해왔다
한미 간 조율이 남아 정부의 추진 계획을 마련 단계 분류된 또 다른 대미 투자 프로젝트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으로 추정된다.
결국 대미투자 1호 사업의 핵심 쟁점은 엔시날 프로젝트가 정부가 제시한 수익성 전망대로 실제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는 ‘상업적 합리성’에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223억달러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사업의 핵심 수익원이 될 데이터센터 전력구매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용량요금과 전력 판매량 등 수익성 산정의 전제가 얼마나 현실적인지가 관건이다.
정부가 이날 국회에 보고한 것은 대미투자 전체 사업의 최종 확정이 아니라 사업별 추진 단계에 대한 보고라는 점도 주목된다. 김 장관이 추진 의사를 결정한 사업은 1건이라고 명확히 밝힌 만큼 원전과 알래스카 LNG는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사업 내용과 추진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산자위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율을 확정 수치가 아닌 5~10% 레인지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지식재산권 분쟁 해소와 글로벌 원전 수출 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미국 측과 지분율 범위를 좁혀가는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대미투자 사업 순서에 대해 “1호가 텍사스, 2호가 원전, 3호가 (알래스카 LNG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엔시날 사업의 수익성과 관련해 “(정부가) 수익성이 좋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발전소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장기 전력 수요처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문숙·윤채영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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