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물가 상승률 변화에 유가 0.49%p·수요 0.12%p 기여

석유류 기여도 확대폭,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확대폭 웃돌아

한은 두 차례 인상에 “취약차주 상환 부담·소비 위축 점검해야”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9월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9월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변화에 국제유가가 미친 영향이 수요 요인의 약 4배에 달한다는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압력 확대 가능성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린 가운데, 추가 인상에 앞서 공급 측 비용 압력과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변화에 대한 유가의 추정 기여도는 0.49%포인트였다. 수요 요인의 기여도인 0.12%포인트의 약 4.1배다. 근원물가 상승률 변화에서도 유가의 추정 기여도는 0.16%포인트로, 수요 요인 0.07%포인트의 약 2.3배로 나타났다.

챗GPT로 제작
챗GPT로 제작

품목별 분석에서도 석유류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석유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지난해 평균 0.12%포인트에서 올해 1~7월 평균 0.67%포인트로 0.55%포인트 커졌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폭인 0.43%포인트를 웃돌았다. 석유류의 기여도 확대폭이 전체 물가 상승률 확대폭보다 컸다는 의미다.

예정처는 올해 3월 국제유가 급등과 5~7월 환율 상승이 최근 물가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환율과 유가 변동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면서 비용 압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반면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정도는 제한적이었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12~1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2.5% 내외에 머물렀다. 김 의원은 반도체 산업의 호황에 따른 일부 기업과 종사자의 소득 증가를 국민 전반의 소비 여력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판단은 향후 수요 측 물가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연 2.5%에서 3.0%로 인상했다.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지고,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 측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8월 보고서에서 임금과 자산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개선되면 소비가 늘면서 근원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때 기업이 누적된 비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쉬워진다는 점도 짚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경우 물가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추가 금리 인상에 앞서 기존 인상이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친 효과, 저소득·저신용 차주의 상환 부담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리 상승으로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늘고 소비와 자산 형성 여력이 줄면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의원은 “한국은행이 제기한 향후 수요발 물가상승 가능성은 면밀히 살펴야 한다”면서도 “저소득·저신용 차주의 상환 부담과 소비 위축, 계층 간 격차 확대 가능성까지 함께 점검한 뒤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