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가 확정됐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은 한국의 투자 규모가 500억달러 이상이라고 못 박았다. 우리 정부는 동의하지 않은 내용이다. 우리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이유로 검토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해왔다. 실제 이날 한미가 같은 시각 공동발표한 보도자료와 팩트시트(공식 설명문)에는 알래스카 사업에 관해 양국이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만 명시돼 있다. 공식 문서상으로는 한국의 참여도 투자액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성과가 급한 미국 정부와, 국익 및 상업적 합리성을 관철하려는 우리 정부와의 후속 협상의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양국이 문서로 공동발표한 한국의 대미투자 프로젝트는 총 3개다. 텍사스 가스화력발전소 건설에 223억 달러, 한국형 원전 2기를 포함한 대형원전 8기 건설에 1200억달러를 한국이 투자하고 알래스카 사업은 추진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양국은 가스발전소 건설은 ‘계획’, 원전 투자는 ‘포괄적 협력 합의’(프레임워크)라는 단어로 현재의 협의 수준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백악관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상무장관은 모든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와 투자액이 최종확정된 것처럼 언급했다. 특히 중간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알래스카에서 공화당 승리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동의 없이 알래스카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대통령이나 장관의 일방적인 발표가 국가간 약속으로서 효력과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 공화당 정부의 선거용 정책에 우리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쓰여서도 안된다. 그러나 한국의 대미투자가 한국산 상품의 대미 수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라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통상 뿐 아니라 안보와 경제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의제라는 점 또한 간과해선 안된다. 미국의 일방 발표에 대한 부인이나 거부가 협상의 전략은 될 수 없다.
팩트시트엔 알래스카 사업의 검토 착수가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한다”고 돼 있다. 원전 프로젝트 확정과 선급금(100억달러) 송금에 관련해서도 각각 ‘부지, 일정 및 상업적 조건’과 ‘모든 국내법적 요건 충족’을 단서로 달았다. 미국엔 우리 정부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투자의 지연이나 거부를 목적으로 한다는 불신을 줘선 결코 안된다. 총 2000억달러의 투자액 역시 ‘의무’가 아닌 ‘상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국내외법의 준수, 상호 호혜 및 상업적 합리성의 정교화를 위한 후속 협상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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