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한남서 ‘Clearview Mechanism’전
라이트 패널·비디오 설치 등 12점 소개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곡선형 금속 구조물 안에 식물이 심긴 화분이 있고, 옆에 놓인 모니터에는 식물을 디지털로 렌더링한 이미지가 떠 있다. 하나의 식물은 실물, 데이터, 이미지라는 서로 다른 물질적 상태를 동시에 지닌다. 관람객은 식물을 여러 각도에서 마주하며 식물과 이미지, 구조물과 화면을 나누던 경계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간, 자연, 기계의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 구기정(36)의 개인전 ‘클리어뷰 메커니즘(Clearview Mechanism)’이 오는 25일까지 가나아트 한남에서 열린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에 선정돼 마련된 작가의 가나아트 첫 개인전으로, 라이트 패널 8점, 디본드 액자 설치 1점, 비디오 설치 2점, 그래픽 시트 설치 1점 등 총 1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구기정은 사진, 그래픽, 영상, 설치를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이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질문해 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신호등의 초록 불을 ‘파란 불’이라 부르던 경험에서 출발해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그것을 인식하고 이름 붙이는 방식은 개인의 경험과 언어,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기술은 시각의 범위를 넓혔지만,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볼지 규정하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기술을 매개로 익숙한 자연의 풍경을 낯설게 변형하고, 우리가 마주하는 장면이 어떤 조건과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 되묻는다.
전시는 신작 ‘투명성 시각 장치’로 시작한다. 투명하게 속이 보이는 철제 프레임 안에 발광다이오드(LED) 기판, 렌더링으로 구현한 중앙처리장치(CPU), 램과 같은 하드웨어 장치의 이미지를 함께 배치해 이미지를 형성하는 조건 자체를 노출시킨다.
‘중첩 풍경’은 하나의 풍경이 여러 단계를 거쳐 새로운 장면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다룬다. 자연을 촬영한 이미지를 디지털로 변형한 뒤, 그 일부를 다시 확대하고 캡처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변형이 거듭될수록 자연물은 본래의 형태에서 멀어져 낯선 장면에 이른다.
전시장 안쪽 창가의 ‘중첩 풍경: 창’은 정원을 촬영해 변형한 이미지를 반투명 그래픽 시트로 만들어 그 정원이 실제로 내다보이는 창에 부착했다. 관람객은 정원의 원본과 변형된 이미지를 한 시야 안에서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선명하게 본다는 것(Clearview)이 눈앞의 장면에 머물지 않고, 그 장면이 가능해지기까지 작동해 온 방식(Mechanism)들까지 보는 일임을 의미한다.
구기정은 홍익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을 전공한 뒤, 스위스 로잔예술대학교에서 사진학 석사 과정을 수학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최근 부산시립미술관 재개관 기념전에 대형 비디오 설치 작업을 출품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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