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溫記): 따스함을 기록하다]
부천 원미경찰서 소속 박성용 경위
어린 시절 부친 잃고 기초생활수급 가정서 성장
익명 후원자에게 도움받던 소년, 경찰관 돼 나눔 실천
2018년부터 ‘몸짱 경찰관 달력’ 만들어 전액기부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시간이 지나서도 잊히지 않는 눈빛이 있더라고요.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자신을 때린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보살핌을 바라는 듯한 복잡한 표정이었어요.”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원미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박성용 경위(44)는 8년 넘게 학대피해 아동들을 돕기 위한 기부 달력을 제작해오고 있다.
박 경위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현장은 이웃집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곳이다. 당시 문밖까지 쿵쿵거리는 소리와 접시가 깨지는 파열음이 들려왔다.
집 안은 이미 난장판이 돼 있었고, 초등학교 1학년 남짓한 아이의 온몸에는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 맞아 생긴 멍이 들어 있었다.
박 경위는 “아이를 도와주러 갔을 때 정작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혀 가는 모습이 또 다른 상처로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의 마음에 남은 상처를 보듬어줄 방법을 고민하다 어린 시절 힘들었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고 회상했다.
박 경위의 어린 시절 역시 순탄치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열한 살 때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뒤 기초생활수급 가정에서 성장했다. 가족들은 9평짜리 주공아파트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갔다. 학창 시절에는 돈을 주고 새 옷을 사 입어본 적이 없었고, 외식조차 하기 어려웠다.
어릴 적부터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그는 농구선수를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약 4년 동안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다가 생전 아버지의 꿈이기도 했던 경찰관의 길을 택했다.
박 경위는 2008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당시 유흥업소와 유동인구가 밀집해 밤낮없이 불야성을 이루던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에 스스로 지원했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던 곳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그는 4년 연속 전국 지역경찰 범인 검거 실적 1위를 기록하며 두 차례나 특별 진급했다.
그때 ‘검거왕’, ‘로보캅’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당시 운동으로 다진 건장한 체격과 두꺼운 팔뚝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한국의 드웨인 존슨’, ‘몸짱 경찰관’ 등 그를 따라다니는 별명도 다양했다.
그러던 2018년 결혼 후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박 경위에게 변화가 생겼다. 부모가 되면서 불안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운동을 통해 아이들을 돕기로 했고 기부 달력 제작에 나섰다.
2018년 처음 제작한 ‘몸짱 경찰관 달력’은 동료 경찰관들의 참여로 시작됐다. 당초 12개월에 맞춰 12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전국에서 18명이 함께했다.
이후 참여를 희망하는 경찰관들이 늘면서 별도의 선발대회도 마련됐다. 현재는 ‘미스·미스터 폴리스 코리아’ 선발전을 통해 전국에서 지원한 경찰관 100~120명 가운데 48명을 선발한다.
‘몸짱 경찰관 달력’에는 박 경위가 처음부터 지켜온 원칙이 하나 있다. 기부금을 지원받는 아이들에게 감사편지를 쓰게 하거나 사진을 찍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 역시 어린 시절 복지관을 통해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후원금을 받을 때마다 감사편지를 써야 했고, 편지를 들고 복지관 복도에 서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 모습을 본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다. 도움을 받는 일이 고마우면서도 당시 어린 박 경위에게는 그 과정이 상처로 남았다.
그는 “당시 제게 너무 큰 수치심을 줫던 기억”이라며 “좋은 뜻으로 건넨 도움이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는 일만큼은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달력 판매 수익금은 사랑의열매 등 지원기관을 통해 학대피해 아동의 치료와 회복, 생계 지원 등에 쓰인다.
박 경위가 시작한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피해 아동들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며 제주도에서 감귤농장을 운영하는 한 후원자는 5년째 매년 감귤 100박스를 보내고 있다. 자신이 아닌 달력 제작에 참여한 경찰관들의 이름으로 전달해 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이 밖에도 문구류와 의류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몸짱 경찰관 달력을 통해 지난 8년간 모인 기부금은 약 1억5000만원이다. 올해도 약 3200만원 상당의 기부금이 모였다.
박 경위는 “성인이 돼 돌아보니 그때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가 잘못된 길로 빠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린 시절 받았던 도움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고, 이제는 그 도움을 다른 아이들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몸짱 달력으로)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kido@heraldcorp.com
![온기[溫記]](https://wimg.heraldcorp.com/svc/series/202601/2b3df642-aa35-42bd-a9e6-cb4ad932be11.png)
![“아이 입학 전 학군지로” 17억 아파트, 다음은? 동·호수까지 찜한 20개 단지 리스트 있다 [경상도 청년의 성동구 입성기③]](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09/news-p.v1.20261008.cb6c663e2e3445c1909b239f0dd772ae_T1.png?type=h&h=240)
![빵빵한 월배당에도 수익은 마이너스?…박스권 장세 ‘커버드콜’ 생존법 [‘주린이’ 1억 벌기 프로젝트]](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08/news-p.v1.20261007.1b87e853add94628a89ae9e224e94ff9_T1.jpg?type=h&h=240)
![“나라에서 가져가는 땅인데 세금까지 내라고?” 보상 받아 좋았는데 억대 양도세 웬 말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08/news-p.v1.20261008.b011671378a346e6a2f29929a7d08511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