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당국 “페스트·연구소 병원체 검출 안돼”

WHO 관리책임자 “사망 원인 확인 요구”

페스트 유출의심 사고가 난 러시아 연구소 [연합]
페스트 유출의심 사고가 난 러시아 연구소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러시아에서 페스트균 등 위험 병원체를 다루던 연구원이 원인불명의 폐렴으로 숨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페스트균이나 연구소에서 취급하던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세계보건기구(WHO)도 구체적인 원인 병원체 확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시베리아·극동 페스트 연구소 연구원 다리야 시필로바(28)는 지난 2일 숨졌다. 공식 사인은 현재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폐렴’이다.

시필로바는 페스트균을 포함한 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보건 당국은 사망자의 유해를 검사한 결과 연구소에서 취급하던 위험 병원체와 페스트균이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소를 대상으로 두 차례 조사도 진행했지만 병원체 유출 등 비상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러시아 측 설명이다. 이르쿠츠크 지역에서 접촉자들을 검사한 결과 추가 감염 사례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수천건의 검사가 진행된 이후에도 폐렴을 일으킨 정확한 병원체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러시아 당국의 정보 공개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현재의 검사·유전체 분석 기술을 고려하면 당국이 이미 원인 규명을 위한 상당한 검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WHO도 러시아 측에 원인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유행병·팬데믹 관리 책임자는 페스트가 원인에서 제외됐다면 실제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WHO는 다만 러시아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현재 자체적인 위험 평가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러시아가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보당국의 기존 평가와 맞물려 이번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시필로바가 근무한 이르쿠츠크 연구소가 생물무기 연구에 관여했다는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사망 사건을 생물무기 연구와 연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더 켈레 독일 함부르크대 평화연구·안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위험 병원체 연구 자체에는 공중보건을 위한 정당한 목적이 있을 수 있다”며 “정보 부족과 악의적인 행위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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