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IST·POSTECH, 자성 없는 2차원 반도체에 빛으로 일시적 자성 구현
- 원자 진동 결합 수십 피코초 자성 유지, 초고속·저전력 반도체기술 기대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자성이 없는 반도체에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 순간적으로 자성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신동빈 물리·광과학과 교수와 김동언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자성이 없는 2차원 반도체에 빛을 비춰 일시적으로 자성을 유도하고, 그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전자는 작은 자석처럼 작용하는 ‘스핀’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스핀의 방향을 디지털 정보의 0과 1처럼 활용하면 기존 반도체보다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은 정보처리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전기장이 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선편광’만으로도 자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몰리브덴과 셀레늄으로 구성된 2차원 반도체 ‘이셀레늄화몰리브덴(MoSe₂)’을 한 층과 두 층으로 각각 제작해 빛을 비췄다.
그 결과 한 층짜리 반도체에서는 자성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두 층으로 쌓은 반도체에서는 자성이 형성됐을 때 나타나는 빛의 편광 회전 신호가 뚜렷하게 관측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이 두 종류의 원자 진동이 결합하면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두 층이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층간 호흡 진동’과 각 층 내부의 셀레늄 원자가 움직이는 ‘신축 진동’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원자들이 복합적인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자의 스핀에 자기장이 가해지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 일시적인 자성이 만들어진다.
실험에서도 이론적으로 예측한 0.9테라헤르츠(THz)의 층간 호흡 진동과 5.1THz의 셀레늄 신축 진동이 모두 확인됐다.
연구팀은 빛의 세기와 에너지, 온도에 따라 자성 신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분석했다.
빛이 강할수록 자성 신호가 커졌으며, 1.55전자볼트(eV) 부근에서 가장 강한 신호가 관측됐다. 특히 상온에서는 빛을 비춘 뒤 수십 피코초(1피코초는 1조분의 1초) 동안 자성 신호가 유지됐다.
이번 성과는 기존에 자성을 갖지 않는 반도체에서도 빛과 원자 진동을 활용해 자성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외부 자기장 없이 빛으로 정보를 제어하는 초고속 자기 메모리와 스핀트로닉스, 밸리트로닉스, 양자정보 소자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구현된 자성은 수십 피코초 동안만 지속되는 일시적 상태다. 실제 정보처리 소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자성의 세기를 높이고 안정적으로 유지·제어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신동빈 G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빛이 일으킨 원자 진동과 층 사이의 상호작용이 자성을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성과”라며 “원자 진동을 매개로 빛과 물질의 스핀을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언 POSTECH 교수는 “이론적으로 예측한 자성 유도 현상을 실제 2층 반도체에서 확인했다”며 “빛과 원자 진동을 이용해 물질의 자성을 제어하는 연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0월 5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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