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뱅 CDS 432bp, 닛산의 3배 넘어

주가 6.2% 급락, 6월 고점 대비 반토막

빅테크 CDS 주간 거래액 90억달러

오라클·메타·엔비디아 신용위험 상승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 이 회사의 로고가 표시돼 있다. [AFP]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 이 회사의 로고가 표시돼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주도해온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신용위험이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막대한 AI 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오라클과 메타,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부도 위험을 보장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가 불과 두 달 사이 4배 넘게 급증했다. AI 산업에 쏠린 막대한 자금이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시장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이날 432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 초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주일 전 400bp를 넘어선 데 이어 30bp가량 추가 상승했다.

CDS는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을 보장받기 위해 거래하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질수록 시장에서 평가하는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소프트뱅크의 CDS 프리미엄은 일본 주요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두 번째로 높은 닛산자동차의 130bp와 비교해도 3배가 넘는다. 같은 일본 대기업이라도 AI 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크게 다르다는 뜻이다.

소프트뱅크의 신용위험이 급등한 배경에는 공격적인 AI 투자와 추가 인수 가능성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AI 관련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가운데 보안업체 얼라이드 유니버설 인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차입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추가 인수가 이뤄지면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소프트뱅크가 2027년 3월 종료되는 회계연도에 최소 60억달러(약 8조1000억원)의 현금 유출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프트뱅크의 CDS 프리미엄이 마지막으로 현재 수준에 도달했던 2022년 11월은 주력 투자사업인 비전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그룹이 재무 방어에 집중하던 시기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부담이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신용위험으로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나타났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오후 2시35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6.2% 하락한 4545엔을 기록했다. 지난 6월 고점과 비교하면 약 50% 떨어진 수준이다.

AI 투자에 대한 신용위험 우려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도 확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모건스탠리 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오라클과 메타플랫폼, 엔비디아 등 AI 관련 주요 기업 채권에 연계된 CDS의 주간 평균 거래액은 지난 7월 20억달러 미만에서 9월 90억달러로 급증했다. 두 달 사이 최소 4.5배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 회사채 CDS 지수의 올해 누적 거래량도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량을 넘어섰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신용위험을 관리하려는 수요가 채권시장 전반에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별 CDS 프리미엄도 잇따라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타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은 108bp, 엔비디아는 101bp로 상승했다. 알파벳과 아마존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오라클의 신용위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오라클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은 19일 322bp로 연초 144bp의 두 배를 넘어섰다.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자금 조달 부담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가장 높은 신용위험을 나타낸 기업은 AI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 코어위브다. 코어위브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은 약 1090bp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의 채무 1000만달러에 대한 부도 위험을 보장받으려면 계약 체결 시점에만 182만달러를 먼저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채무 원금의 약 18%에 달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AI 기업들의 재무 구조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AI 반도체 제조업체와 클라우드 사업자,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등이 투자와 공급 계약으로 연결돼 있어 한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AI 업계의 복잡한 재무적 연결 관계가 거품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CDS 프리미엄 상승이 곧 기업의 실제 부도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보험 성격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프리미엄은 상승할 수 있다.

그럼에도 AI 투자 확대가 주식시장뿐 아니라 기업의 차입 비용과 신용위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I 기업들의 성장 기대가 유지되는 가운데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상환할지가 새로운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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