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자동화 완료
화물 처리능력 25%↑ 전망
시간당 처리량 18→30개
3분기 화물 매출 34%↑
내년 뉴욕도 현대화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대한항공이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을 ‘스마트 터미널’로 바꾸고 인공지능(AI) 물류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자동화로 화물 처리능력을 25% 이상 끌어올려 반도체·서버랙 등 고부가가치 화물 수요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약 15개월에 걸쳐 진행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현대화 작업을 완료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장기간 운영하면서 노후화된 주요 설비를 교체하고, 화물 운송과 적재 과정에 자동화 기술을 대폭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가장 큰 변화는 화물을 운반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은 무인운반차(AGV)를 새롭게 도입하고, 화물 적재용기를 들어 올려 이동시키는 이송장비(ETV)를 교체했다. 기존 1개였던 화물 우회 이송라인도 2개로 늘려 화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줄였다.
이에 따라 화물 컨테이너 등의 시간당 처리량은 기존 18개에서 30개로 약 67% 늘었다. 대한항공은 터미널 전체 화물 처리능력도 종전보다 25%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업 안전성과 근무환경 개선에도 초점을 맞췄다. 대형 화물 운송장비의 자동화로 작업자가 직접 화물을 취급하는 공정을 줄이고, 설비 현대화를 통해 현장 작업의 정확성을 높였다. 수익성이 높은 특수화물을 처리하기 위한 전용 시설도 확충하고 있다.
이번 현대화는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성장세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의 3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1조43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3%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화물 매출도 4조6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0% 늘었다.
화물 운송량보다 운임 상승세가 가팔랐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3분기 대한항공의 화물 운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반면, 운임은 27.5% 상승했다. 화물 적재율도 72.1%로 0.9%포인트 높아졌다. 반도체와 AI 관련 고부가가치 화물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된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운임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AI·반도체를 화물사업의 안정적인 수요 기반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태양광 설비와 신선란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가 발생하는 화물을 적기에 유치하면서 매출 확대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화물사업의 수익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의 장기 화물계약 비중은 기존 10% 수준에서 최근 30% 수준까지 높아졌다. 장기 화물계약은 항공기 화물 적재 공간을 1~3년간 고정 기본요율과 변동 할증료를 적용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단기적인 운임 변동에 따른 영향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화물사업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다. 글로벌 물류기업 DHL은 데이터센터 물류시장 규모가 지난해 230억달러에서 2030년 350억달러로 연평균 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서버·반도체는 물론 전력·냉각장비와 유지보수용 부품까지 운송 수요가 늘고 있다.
문아영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반도체·서버랙·배터리 등 고부가 IT 품목을 중심으로 운송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객기 운항 회복으로 화물 공급이 늘어난 상황에서도 “견조한 화물 수요와 중동발 공급 제약 등이 맞물리면서 항공화물 운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역시 향후 서버랙과 반도체 등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연말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소비 성수기에 대비해 화물 수요가 많은 노선에는 부정기편과 전세 화물기를 탄력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에 이어 해외 물류 거점의 현대화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 화물터미널의 설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과 뉴욕을 잇는 주요 화물 거점의 처리 역량을 높여 글로벌 항공화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개보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물류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비를 개선하고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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