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선 삼일PwC 딜부문 대표

호황에 현금창출력 개선…해외 M&A 실탄

내년 수십조원 규모 ‘크로스보더 딜’ 기대

AI발 산업 재편에 새 M&A 수요 본격화

삼일PwC ‘AI 인프라팀’ 연내 출범 추진

민준선 삼일PwC 딜부문대표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들의 현금 창출력이 개선된 만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대형 인수·합병(M&A)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일PwC 제공]
민준선 삼일PwC 딜부문대표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들의 현금 창출력이 개선된 만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대형 인수·합병(M&A)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일PwC 제공]

“내년에는 국내 기업이 수십조원 규모의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거래도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민준선 삼일PwC 딜부문 대표는 최근 서울 용산구 삼일PwC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2027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도체·조선·전력기기 등 주요 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의 현금 창출력이 개선된 만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대형 M&A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 대표는 국내 M&A 시장이 질적으로 성숙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부터 국내 중소형 운용사까지 시장 참여자들의 역할이 세분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산업 구조 재편과 새로운 자본시장 제도의 정착 역시 향후 M&A 시장을 움직일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거래 건수보다 질적 성장”…크로스보더 M&A 기대감=글로벌 M&A 전문 정보업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M&A는 660건, 약 86조3000억원(639억7000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59건·69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거래 건수는 제자리걸음했지만 거래금액은 약 24.5% 증가했다.

민 대표는 이를 시장 침체나 거래 양극화보다 시장 성숙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는 “올해 M&A 시장은 현금흐름 중심의 우량 자산과 반도체, AI,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성장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선별적 회복 국면”이라며 “거래 건수는 늘지 않았지만 ‘특색 있는 딜’이 증가했다. 크레딧·바이아웃·프리IPO 등 거래 유형이 다양해지고 시장도 세분화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시장 참여자 간 역할 분담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기업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중견·중소기업은 승계와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M&A에 나선다. 민 대표는 “글로벌·대형PE들이 대기업 사업 재편 과정에서 조(兆)단위 유동성을 제공하는 한편 토종PE들은 중소기업의 경영 효율화와 볼트온 투자를 통한 사업 확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이러한 변화가 내년 M&A 시장의 본격적인 반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 변압기 등 다양한 산업이 호황이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신규 시장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크로스보더 M&A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요 투자처로는 미국·유럽·일본을 꼽았다. 미국은 방산·조선·첨단 제조업, 유럽은 산업재·공작기계·냉난방공조(HVAC)·해양솔루션, 일본은 소부장과 정밀화학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AI는 20년 메가트렌드…50명 규모 전담조직 신설=민 대표는 향후 M&A 시장의 최대 변수로 AI를 지목했다. 금리와 경기 사이클이 좌우하던 시장에 AI가 새로운 거래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AI는 10~20년 동안 영향을 미칠 메가트렌드다. 모든 기업이 AI 밸류체인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AI 생태계와 연결할 새로운 성장전략을 찾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사업모델 재편, 크로스보더 M&A 등 다양한 거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삼일PwC는 이에 대응해 연내 약 50명 규모의 ‘AI인프라팀’을 출범한다. 에너지·인프라, 데이터센터, 반도체 소부장, 소프트웨어 분야의 내부 전문성을 결집하고 외부 인력도 영입해 AI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자문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상법 개정에 달라진 M&A…의무공개매수도 주목=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등 제도 변화도 주요 변수다. 민 대표는 “상법 개정의 영향은 이미 실무 전반에 스며들었다”며 “한국 자본시장의 ‘룰’이 재정립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부터 일반주주까지 염두에 둔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M&A 자문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로는 베인캐피탈의 에코마케팅 인수 자문을 꼽았다. 베인캐피탈은 지난 1월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를 운영하는 에코마케팅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공개매수와 장내매수,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거쳐 자진 상장폐지했다. 민 대표는 “새로운 룰 속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며 거래를 진행했다”며 “유사 거래에 참고할 수 있는 시범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평가했다.

향후 가장 주목하는 제도는 의무공개매수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은 인수자가 취득하는 지분을 포함해 발행주식 총수의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 대상으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주주 지분까지 매수해야 하는 만큼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최대주주 지분을 먼저 인수하는 방식이 일반주주와의 차별에 해당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민 대표는 “M&A는 경영권을 바꾸기 위한 거래다. 최대주주 지분이 남으면 향후 경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대주주 지분을 우선 매수해 거래와 경영 확실성을 높이고, 잔여 물량에 대해 공개매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자문 넘어 동반자로”=민 대표는 M&A 시장의 변화에 맞춰 자문사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4년 딜부문 대표 취임 이후 ‘밸류 어드바이저리(Value Advisory)’를 강조해 온 이유다.

그는 “산업 구조조정, AI 대전환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이슈”라며 “자문사의 역할도 단순 회계 및 M&A자문이 아니라 사회적 과제에 대해 솔루션을 제시하고 실행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성장전략 수립부터 산업 재편, 투자 실행, 기업가치 제고까지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삼일PwC는 외국계 IB 출신 파트너와 부동산 전문가 등을 영입해 크로스보더·PE·부동산 자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민 대표는 “AI 시대에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며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계속 확장해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지영·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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