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1심 유죄 뒤집고 무죄 선고
명태균 진술 신빙성 판단에 녹취록 활용
특검 “증거 채택 부당”…상고 방침
이르면 내년 1월 말 대법원 판단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활용된 ‘명태균 녹취록’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녹취록의 제출 경위와 증거 채택의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상고 방침을 밝히면서다.
23일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2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명태균씨와 김한정씨 간 통화 녹취록을 판단 근거로 일부 인용했다.
해당 녹취록은 오 시장의 후원자로, 명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김씨가 항소심 과정에서 제출한 자료다. 2021년 3월 6일 명씨와 김씨가 나눈 통화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1월 명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씨가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명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씨는 앞서 법정에서 2021년 1월 22일 창원 장복터널을 지나던 중 오 시장으로부터 네 차례 전화를 받았으며, 오 시장이 울면서 나경원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여론조사를 부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진술이 2021년 3월 6일 통화 녹취록에 담긴 명씨의 발언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녹취록에는 명씨가 김씨에게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오 시장 측은 이 발언을 근거로 김씨가 오 시장의 요청 없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비용 대납 요청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녹취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씨가 명씨의 연락처를 오 시장이 아닌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항소심에서는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 등 혐의의 핵심 요소에 관한 명씨의 진술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녹취록이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특검팀은 해당 녹취록의 증거 채택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김씨가 1심 당시부터 녹취 파일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제출하지 않다가 항소심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선별해 냈다는 주장이다.
박노수 특검보는 선고 직후 “김한정은 원래 그 파일을 갖고 있었지만 많아서 제출하지 않았다가, 항소심에서 마치 새로 발견한 듯 주장하며 냈다”라며 “이는 재판부를 속이면서 내는 증거인 만큼 채택돼선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상고심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녹취록을 증거로 받아들인 판단의 적절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특검이 녹취록의 제출 경위를 문제 삼고 있는 만큼, 해당 증거를 토대로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한 과정에 법률적 문제가 있었는지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팀은 상고 이유서에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담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은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안에 처리하도록 하는 특검법상 ‘6·3·3 원칙’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오 시장 사건의 대법원 판단은 이르면 내년 1월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당 기한은 강행규정이 아니어서 실제 선고 시점은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b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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