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포 돌기·물질 운반 소포 동시 촬영
- 기존보다 최대 3배 빠른 관찰 가능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살아 있는 암세포가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뻗는 돌기와 세포 내부에서 물질을 운반하는 작은 주머니의 움직임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정훈 교수 연구팀이 세포의 위치에 따라 빛을 비추는 깊이를 다르게 조절하는 ‘가변형 전반사 형광현미경(Tunable TIRF)’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존 형광현미경은 화면 전체에 동일한 조명 조건을 적용하기 때문에 세포막 가까이 있는 구조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구조를 동시에 선명하게 관찰하기 어려웠다. 서로 다른 깊이의 세포 구조를 관찰하려면 조명 조건을 바꿔가며 여러 차례 촬영해야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미경에 디지털 미세거울 소자(DMD)와 공간 필터를 추가했다. 수백만 개의 미세거울 각도를 조절해 빛이 들어가는 방향과 깊이를 바꾸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137~558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얕은 영역부터 세포 전체 높이까지 서로 다른 깊이를 한 화면에서 동시에 관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두 가지 깊이를 번갈아 촬영하는 기존 방식보다 2배, 세 가지 깊이를 순차적으로 촬영하는 방식보다 3배 빠른 영상 기록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실제 사람 탯줄 정맥에서 유래한 혈관 내피세포를 관찰해 세포막의 움직임과 내부 소포의 이동을 하나의 영상에 담았다.
자궁경부암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세포가 뻗은 돌기의 흔들림과 세포막 근처 소포의 이동을 초당 20장의 속도로 동시에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영상 품질도 개선했다. 미세거울의 조명 패턴을 초당 1440회 변경해 빛의 산란으로 발생하는 줄무늬와 얼룩을 줄였다.
연구자가 태블릿 화면에 표시된 세포 영상 위에 관찰 영역을 직접 그린 뒤 원하는 조명 깊이를 지정하면 현미경이 자동으로 해당 조건을 구현한다.
기존 형광현미경에 일부 부품만 추가하면 구현할 수 있어 고가의 장비를 새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러 차례 나눠 촬영하는 과정을 줄여 살아 있는 세포의 빛 노출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박정훈 교수는 “관찰 대상 전체에 하나의 조명 방식만 적용해야 한다는 기존 현미경의 한계를 새로운 설계로 극복했다”며 “암 전이와 상처 회복 과정에서 일어나는 세포 이동, 세포막 물질 수송, 세균 감염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관련 치료제를 연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Laser & Photonics Reviews)’ 9월 22일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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