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일본 도쿄에서 원룸을 구하려면 한 달에 100만원 가까운 월세를 내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기업들이 직원 기숙사와 사택을 다시 늘리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월 13만원 수준의 기숙사에 식당과 사우나까지 갖추고 신입사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치솟는 주거비가 청년층의 취업 부담으로 이어지자 기업들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주거 지원 경쟁에 나선 것이다.
2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제공하는 사택과 기숙사는 약 3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과거 경영 효율화를 위해 사택을 줄였던 기업들이 최근에는 젊은 직원의 채용과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주거복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의 사택 도입 문의가 3년 전보다 5배 이상 늘어나는 등 주거 지원이 새로운 채용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도쿄 원룸 월세 96만원…13만원에 식사·사우나 갖춘 대기업 기숙사
일본 기업들이 사택 확대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가파른 주거비 상승이다.
일본 부동산 정보업체 앳홈에 따르면 지난 8월 도쿄 23구의 전용면적 30㎡ 이하 1인용 임대 맨션 평균 모집 임대료는 월 11만4339엔(약 96만원)이었다.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한 것으로, 2015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8월 평균 임대료가 8만8440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년 동안 약 29% 오른 셈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 도쿄에서 혼자 거주할 경우 월급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저렴한 기숙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부담을 낮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종합상사 이토추상사다.
이 회사가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운영하는 ‘히요시 기숙사’의 이용료는 수도·광열비를 포함해 월 1만5000엔(약 13만원)이다.
인근 역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에 있으며 식당과 사우나가 딸린 대욕장, 공용 주방, 다목적실 등을 갖췄다. 식당에서는 아침과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
기숙사 각 층에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거나 공부할 수 있는 공용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토추상사는 2018년 젊은 남성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를 통합해 히요시 기숙사를 새롭게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여성 직원용 기숙사를 신설했으며, 올해 3월에는 사무직 계열 직원들을 위한 독신자 기숙사도 추가로 개설했다.
회사는 신입사원들이 원칙적으로 기숙사에 입주하도록 하고 있다. 주거비 절감과 함께 부서와 연령대가 다른 직원들이 교류하면서 사내 인적 관계를 넓히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기업 기숙사를 단순한 숙박시설에서 인재 육성 공간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일본 생명보험사 니혼세이메이도 주거복지를 강화하고 있다.
2023년 대규모 독신자 기숙사를 마련하고 주변 비슷한 주택 임대료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이용료를 책정했다. 수도권 신우라야스 지역에 마련된 기숙사는 약 200개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직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용 라운지도 운영한다.
사택 130만호, 30년 만에 증가…중소기업 문의 5.6배 폭증
일본에서 기업이 제공하는 주거시설은 오랫동안 감소세를 이어왔다.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자산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기존 사택과 기숙사를 매각하거나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주거비 상승과 인력 확보 경쟁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5년마다 실시하는 주택·토지통계조사에 따르면 2023년 전국의 사원용 주택은 130만2000호로 집계됐다. 이전 조사보다 증가한 것으로, 약 30년 만에 나타난 변화다.
기업이 외부 주택을 임차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임대형 사택’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본 주택관리업체 리로케이션 재팬이 관리하는 임대형 사택은 올해 6월 말 기준 30만호를 넘어섰다. 3년 전보다 25% 증가한 규모다.
특히 올해 4~8월 신규 계약의 74.1%는 방 한 개 또는 거실과 침실을 갖춘 1LDK 이하의 소형 주택이었다. 사택 수요가 청년과 독신 직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에서도 도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리로케이션 재팬에 접수된 신규 사택 도입 문의는 2023년도와 비교해 5.6배 증가했다. 문의 기업 가운데 약 70%는 직원 수 5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었다.
이 업체는 수요 확대에 대응해 지난 6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임대형 사택 도입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기업용 기숙사 관리업체 교리쓰메인터넌스도 올해 1~8월 신규 문의가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에서도 기숙사 도입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을 수도권 사업장으로 채용하려는 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에서 취업하려면 월세와 보증금, 이사 비용 등을 감당해야 하지만 기업이 주거시설을 제공하면 이러한 초기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택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세제상 이점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택을 직원에게 제공할 경우 주거 지원에 대한 급여 과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이 현금으로 주거수당을 지급하는 방식보다 직원의 실질적인 부담을 낮추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네세i커리어의 취업서비스 ‘도다캠퍼스’ 가와시마 유미코 편집장은 닛케이에 젊은 직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복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인재 확보와 장기근속 측면에서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신자 기숙사는 늘리고 가족용 사택은 폐지…달라진 기업 복지
사택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기업들의 주거 지원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직원 가족까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사택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청년 1인 가구와 신입사원을 위한 소형 주거시설에 투자가 집중되는 추세다.
동일한 기업 안에서도 독신자 기숙사를 유지하면서 가족용 사택은 줄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철도회사 JR동일본은 독신자 기숙사는 유지하는 대신 가족용 사택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과거 인기가 높았던 일부 가족용 사택에서도 입주율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운영 효율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JR동일본은 기존 가족용 사택 부지를 활용해 분양 또는 임대주택을 개발할 계획이다.
기업이 주거시설을 일괄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직원들의 실제 수요에 맞춰 주택 유형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기숙사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이토추상사의 히요시 기숙사는 직원들의 생활공간인 동시에 재난 발생 시 임시 업무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설에는 3일간 사용할 수 있는 비상 전원과 약 450명이 3일 동안 생활할 수 있는 비상식량이 마련돼 있다. 약 40명이 업무를 볼 수 있는 회의실도 갖췄다.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형 기숙사 사업도 등장했다.
일본 도쿄에서는 여러 기업이 하나의 건물에서 객실을 나눠 임차하는 형태의 직원 기숙사가 운영되고 있다.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숙사를 마련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이다.
공용 주방과 세탁시설, 입주자 교류 공간 등을 갖추고 다른 기업 소속 직원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시설을 활용해 지방과 해외에서 채용한 인력에게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거 지원은 급여나 성과급과 함께 중요한 채용 조건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닛케이는 도쿄를 중심으로 주거비가 상승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직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 조직 내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택과 기숙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의 사택 확대는 주거비 상승이 노동시장과 기업의 인재 확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청년층의 주거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저렴하고 안정적인 거주 공간을 제공하는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rainbow@heraldcorp.com
![“협연자가 다쳤습니다”…위기의 순간, 오케스트라는 누구에게 전화할까? [백스테이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4/news-p.v1.20260520.49d11745c1ce4d41aa339675ab78c59d_T1.jpg?type=h&h=240)
![수지·분당 거쳐 반포 자가 20대 부부, 부모찬스 1.5억…나머지는 어떻게? [월급 모아 반포까지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4/news-p.v1.20260802.89fcfaf00b734702afbf28a2d721e32b_T1.jpg?type=h&h=240)
![[美중간선거 10문10답] 공화 텃밭도 요동…트럼프 31% 최악 지지율 상·하원 뒤집힐까 [딥스폿]](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4/rcv.YNA.20261021.PRU20261021179201009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