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인간이 불을 집어 든 날, 첫 셰프가 탄생했습니다. 100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음식에 문화를 담았습니다. 미식을 좇는 가장 오래된 예술가, 셰프들의 이야기입니다.
조성주 얼쑤비스트로 셰프 인터뷰
좋은 술 발굴 위해 전국을 찾아해메
“개방성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 해야”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국술은 더 실패해야 합니다. 그래야 할 때입니다.”
한국 미식을 이야기할 때 아쉬움이 남는 분야가 있다. 바로 술이다. 초록색 병에 담긴 희석식 소주가 한국 술 문화를 대표하는 현실에서, 음식과 함께 음미할 만한 한국술을 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술을 맛과 향, 역사와 문화로 즐기기보다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온 시간이 길었다. 그런 우리가 이제 와 세계에 한국술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다면, 어쩌면 순서가 뒤바뀐 일인지도 모른다.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고 싶다면 먼저 우리 술을 제대로 만들고 즐기는 문화부터 쌓아야 한다.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술을 강권하는 문화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세대는 음주 자체를 줄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음주 관련 건강행태 분석에 따르면 남성 20대의 고위험 음주율은 최근 10년간 41.6% 감소했다. 여성 20대 역시 같은 기간 18.5% 줄었다. 남성 20대의 월간 폭음률도 2025년 전년보다 8.0%포인트 하락했다.
이 변화를 반드시 위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 폭음 중심의 음주 문화가 약해지는 지금이야말로 술을 양이 아닌 맛으로 즐기는 문화로 나아갈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좋은 술을 찾고, 술이 만들어진 지역과 재료, 양조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술을 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미식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미식계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그 움직임은 대형 주류회사보다 작은 양조장과 술을 발굴하는 현장에서 먼저 나타난다. 끊어진 전통주의 맥을 잇거나 새로운 양조법을 시도하고, 외국의 기술에 한국적인 재료와 감각을 더한다. 방향은 달라도 목표는 같다. 지금의 소비자에게도, 세계의 미식가에게도 매력적인 한국술을 만드는 일이다.
좋은 한국술을 찾아 팔도를 휘젓는 셰프
여의도 ‘얼쑤비스트로’의 조성주 셰프도 그 흐름 한가운데 있다. 그에게는 좋은 술을 찾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이 있다. 재능 있는 음악가를 발굴해 스타로 만드는 프로듀서처럼, 그는 전국 곳곳을 누비며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술을 찾아낸다. 강원도 산골에서 제주도까지, 그렇게 발굴한 술은 그의 요리와 만나 미식이라는 무대에 오른다.
“좋은 술이 있다면 안 가본 곳이 없었을 거예요. 스님들이 만드는 송화일백주를 찾아 절에 들어가기도 했고, 알음알음 입소문으로만 전해지는 술을 찾아 산골까지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거쳤기에 지금은 전통주를 이어가는 여러 선생님과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술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K문화의 세계적 인기와 미식계의 노력이 맞물리면서 한국술을 알릴 기회도 넓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전통주 수출액은 2019년 1497만 달러에서 2024년 2400만 달러로 약 60.3% 증가했다.
하지만 조성주 셰프는 오히려 ‘한국술이 실패를 경험해야 할 때’라고 일갈한다. 실패는 도전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어디까지 나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 없이 반복되는 실패는 그저 시행착오로 끝날 수 있다. 세계의 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한국술 역시 익숙한 방식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술은 더 많이 실패해야 합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수많은 시도를 해야 하는 때입니다. 시도에는 실패가 따릅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실패도 하고, 때로는 좋은 평가도 받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에 매몰되선 안돼…다양성과 개방성으로 더 많은 시도를 하라
과거 한국술의 발전이라고 한다면, 명맥이 끊긴 전통주를 복원하는 데 몰두했다. 지금은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외국의 양조 기술을 받아들이고 우리 재료와 감각을 더해 새로운 술을 만드는 시도도 활발해졌다. 조섲우 셰프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세계적인 미식의 기준에 올라서려면 전통에만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술을 개발하며 미식 트렌드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독일의 맥주 기술이나 일본 사케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일도 늘고 있습니다. 대규모 양조 시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요. 이런 변화가 점차 안정화된다면 우리 술도 세계적인 수준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처음부터 요리와 술을 업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다. 조성주 셰프는 한때 수학 강사로 일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아 시작했지만, 현실은 자신이 꿈꾸던 모습과 달랐다.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시기에 그를 붙잡은 것이 전통주였다. 어린 시절부터 술에 관심이 있었지만, 직접 공부하고 연구할수록 전통주가 지닌 매력은 더욱 커졌다.
그가 특히 흥미롭게 여긴 것은 술의 변화였다. 같은 방식으로 빚더라도 계절과 날씨, 발효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졌다. 어떤 술에서는 산미가 도드라졌고, 다른 술에서는 누룩의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전통주는 계절이나 날씨 같은 외부 변수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어느 계절에 만든 술은 산미가 높고, 다른 날 만든 술은 누룩 향이 강하기도 하죠. 반대로 보면 외부 조건에 따라 맛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기술은 아직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런 차이를 조금씩 보완하면서도 술 본연의 정체성은 잃지 않으려 합니다.”
한국의 세시풍속을 담은 조성주의 반가음식, 전통주를 만나 미식으로 꽃피다
조성주 셰프의 관심은 술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한국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 9년째 한국전래음식연구회 고문인 이말순 선생 문하에서 절기 음식을 배우고 있다. 그는 한식을 현대적인 주안상에 어울리는 섬세한 미감으로 풀어낸다. 프렌치 기법이나 현대적인 조리 장비를 활용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음식의 중심에는 한식의 정체성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반가음식을 기반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절기입니다. 그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계절감 있는 재료와 맛, 세시풍속을 담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술과의 조화도 굉장히 중요한 맛의 포인트입니다. 어떤 음식이 한국술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원리를 익히면서도 새로운 표현을 고민하는 태도는 그가 한국술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오래된 술을 복원하는 일만큼이나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다른 문화의 양조 방식을 실험하며, 우리 술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의 방식에 머무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원리를 오늘의 언어로 계속 풀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4년 문을 연 얼쑤비스트로는 이러한 고민을 음식과 술로 풀어내는 공간이다. 절기의 흐름에 맞춰 제철 식재료로 반가음식을 만들고, 각각의 요리가 한국술과 어우러지도록 맛의 균형을 살핀다. 술을 음식의 곁가지로 두지 않고 식탁의 경험을 완성하는 한 축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가 전국의 양조장을 찾아 발굴한 술도 이곳에서 요리를 만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낸다.
한국술이 세계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출액의 증가나 K문화의 인기가 그 가능성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세계적인 술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낯선 재료를 시험하고, 새로운 양조법을 시도하고, 때로는 시장의 기대와 다른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성주 셰프가 말하는 실패는 포기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더 나은 술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실험의 과정이다. 한국술이 세계에서 인정받기를 바란다면, 이제는 성공을 서두르기보다 실패를 감당할 준비부터 해야 한다. 세계의 잔을 채울 술은 어쩌면 그 실패의 자리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123@heraldcorp.com
![“협연자가 다쳤습니다”…위기의 순간, 오케스트라는 누구에게 전화할까? [백스테이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4/news-p.v1.20260520.49d11745c1ce4d41aa339675ab78c59d_T1.jpg?type=h&h=240)
![수지·분당 거쳐 반포 자가 20대 부부, 부모찬스 1.5억…나머지는 어떻게? [월급 모아 반포까지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4/news-p.v1.20260802.89fcfaf00b734702afbf28a2d721e32b_T1.jpg?type=h&h=240)
![[美중간선거 10문10답] 공화 텃밭도 요동…트럼프 31% 최악 지지율 상·하원 뒤집힐까 [딥스폿]](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4/rcv.YNA.20261021.PRU20261021179201009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