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은 늘어나는데 인력은 제자리…공무원 처우 개선 시급”
인력 확충, 승진 적체 해소, 보수 현실화 최우선 과제
“과중한 업무, 낮은 보수에 젊은 공무원 이탈 안타까워”
투쟁보다 정책과 논리…“실질적인 제도 개선 이끌 것”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고령화, 돌봄 수요 증가, 정신건강, 자살예방 등 보건복지 정책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정부 예산과 행정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공무원 인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무 부담이 특정 부서와 직원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하고, 공직사회의 인력 운영과 처우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승문 보건복지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3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을 새 임기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승진 적체 해소, 보수와 수당 현실화, 악성민원 대응체계 구축 등 현장의 요구를 구체적인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와 투쟁에 의존하기보다 객관적인 자료와 법적 근거를 토대로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복지행정 확대에도 인력 부족…업무량 반영한 정원 확보
정 위원장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지목한 것은 구조적인 인력 부족이다. 보건복지 정책의 범위와 예산은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하는 인력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서 현장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자살예방 등 주요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일부 직원에게 과도한 업무가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실제 업무량과 기관별, 직렬별 특성을 반영한 적정 인력 확보”라며 “보건복지 업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무원 개인의 사명감만으로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노조는 지난해 중앙부처별 업무량을 비교, 분석해 관계기관에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일부 직제 개선이 이뤄졌지만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 위원장은 인력 증원과 함께 업무 배분, 행정절차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의 근무 여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제공되는 보건복지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기반이라는 판단이다.
공직사회의 인력 부족은 젊은 공무원들의 조기 퇴직 문제와도 연결된다.
정 위원장은 신규 공무원뿐 아니라 사무관으로 임용된 직원 중에서도 비교적 짧은 기간에 공직을 떠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중한 업무와 낮은 보수, 제한적인 승진 기회 등이 공직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직급별 인력 구조와 승진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관과 직렬에 따른 불합리한 차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의 책임과 전문성, 실제 근무 여건을 반영한 보수체계 마련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인사혁신처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확대하고 현장의 요구가 실질적인 인사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에 발생하는 소득 공백 문제도 해결 과제로 언급했다. 정년 조정이나 퇴직 이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되 직무 특성과 개인의 선택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업무 애로 39%…악성민원, 직장 내 갑질 대응 강화
공무원들이 업무 과정에서 겪는 부당한 관행과 조직문화 개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노조가 실시한 국회 업무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3명 중 39%가 업무상 애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 인신공격성 발언, 야간 질의서 대기 등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도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업무시간 내 질의서 전달, 야간 접수 질의서의 서면답변 처리 등 합리적인 국회 업무 기준을 마련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 차원의 대응체계 구축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을 위한 친절한 행정서비스가 공무원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며 “폭언과 위협 등 악성민원이 발생했을 때 직원 혼자 대응하지 않도록 명확한 절차를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법률 지원과 심리 회복 지원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에 대해서는 신고자와 피해자를 보호하고 문제 제기에 따른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새 임기 노동조합 운영의 핵심 방향으로 정책과 논리에 기반한 문제 해결을 제시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고충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량 분석, 법령 검토, 객관적인 자료 확보를 통해 관계기관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력 부족과 처우 문제를 단순한 불만이 아닌 행정서비스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정책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강화하고 다른 공무원노동조합과의 연대를 통해 제도 개선의 실효성도 높일 계획이다.
공무원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공직 현장에서는 과중한 업무, 민원 대응, 정책 추진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7toy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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