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하원에 상원 장악도 가능
트럼프 정책 결정 숙고 없이 발언
韓, 무역·투자 침착하게 대응해야”
민주, 하원만 장악해도 대대적 정부 조사 불보듯
청문회 쏟아지며 입법활동 사실상 마비될 것
韓·日·유럽, 트럼프 남은 임기 2년 고려해
20년 장기투자 ‘신중모드’…약속보다 실행 관건
金, 협상력 있다고 자신…북미관계 변화 힘들것
트럼프 ‘북핵 용인’에도 美 CVID 원칙 유지
“2026년 미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권력누수) 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명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외교안보 핵심 참모를 지낸 존 볼턴(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헤럴드경제와 화상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3일(현지시간) 실시되는 중간선거에 대해 “민주당의 하원 탈환이 거의 확실시되고 상원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관련기사 8·9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지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보다 레임덕이 훨씬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민주당이 하원만 장악하더라도 앞으로 2년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로 입법활동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1기 참모였던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장화법에 대해 “혹자는 이를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다른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국 정부도 무역과 투자 문제와 관련해서 “침착하게 대응하라(Just stay calm)”고 조언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발언이 충분한 검토와 숙고를 거친 정책 결정 과정을 반영했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당장 내일이 되면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투자 규모가 750억달러로 바뀌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볼턴 전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중간선거 어떻게 전망하나
▶민주당이 거의 확실하게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재선에 성공한 데에는 미국민이 당시 인플레이션과 일자리에 큰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충분히 회복시키지 못했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에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겪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지지층의 표심은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 진영도 분열하고 있다. 마가 진영은 구성원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불만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어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은 이민자 추방 정책 때문에 공화당에서 멀어지고 있다. 한번 분열된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기 어렵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가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실제 결과는 선거 당일이 돼야 알 수 있다. 여론조사 역시 민주당에 다소 유리하게 편향돼 있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향 수준은 약 3%포인트 정도라는 분석이 타당해 보인다. 최종 결과는 선거 당일 어떤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전망은?
▶민주당이 하원만 장악하더라도 앞으로 2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조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조사 대상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2년 동안 벌어진 일뿐만 아니라 1기 행정부의 4년 동안 발생한 일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원과 상원의 각 상임위원회는 소관 분야에서 끊임없이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입법은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탈환하면 국방비부터 국내 정책 등 예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다양한 방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추진을 방해하거나 견제하려 할 것이다.
-무역·관세정책에도 변화가 있을까.
▶의회가 법률을 개정해 관세정책을 바꾸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법률을 위법하게 이용했는지에 대한 여부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회에서 실제로 관련 법률을 개정하거나 관세를 폐지할 만큼 충분한 다수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령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다만 관세정책이 바뀐다면 민주당의 의회 장악보다 공화당 내부의 변화가 더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공화당 의원들이 관세를 선호하지 않는 공화당의 기존 철학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마이크 로저스는 “캐나다와의 관세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관세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도 당내 갈등을 줄이기 위해 관세정책 후퇴를 시작할 수 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 로저스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결별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
-한국의 대미투자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선거 이후 한국의 대미투자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한국 기업들이 약속한 투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애초에 추진하려던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투자는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수도 있고, 실제 실현 가능성이 아직 불확실한 투자 계획을 마치 곧 실행될 것처럼 발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한국이든, 일본이든, 유럽이든 어느 나라 기업도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만을 고려해 20년 동안 자본이 묶일 수 있는 장기 투자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발표된 투자 약속 가운데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금액이 집행될지는 상당히 큰 의문이라고 본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북미 관계 영향 있을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하는 것에 상당한 우려를 보인다. 올바른 대북정책을 두고 양당이 반드시 같은 의견을 견지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하면서 무엇을 양보하고 그 대가로 무엇을 얻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그럴 경우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불리한 합의가 체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법이나 국내 정책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김 위원장과의 또 다른 만남과 그에 따른 언론의 관심을 유도하며 남은 임기를 보낼 수도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새로운 정책 방향이나 합의가 도출되진 않을 것이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 합의 체결을 반길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또 한 번의 ‘보여주기식 행사(photo opportunity)’ 정상회담이라고 본다. 어쩌면 이번에 평양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는 평양을 방문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된다. 이 점이 내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사진을 찍고 끝난다면 그리 나쁘지 않겠지만, 양측이 실제로 실질적인 협상에 들어간다면 오히려 더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기존 비핵화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나.
▶외교 분야에선 핵무기를 보유한 ‘불량국가(rogue state)’를 공식적인 ‘핵보유국(nuclear-weapon state)’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핵보유국은 5개국뿐이며, 북한은 이에 속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표현했을 때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를 국제법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지도 않는다.
물론 북한이 지금까지 여섯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의 기존 정책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원칙이 바뀐 것도 아니다. CVID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추구했던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이러한 정책을 변경하기 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까진 없다.
의회의 지지 측면에서도 기존 정책 변경은 힘들 것이다.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CVID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초당적 입장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정책을 변경한다면 정치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미 관계에서 의미 있는 변화는 힘들 것으로 본다. 김 위원장이 무언가를 양보할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자신이 상당한 협상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는 아버지 김정일보다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정치적 모델로 더 선호하는 것으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을 파견해 러시아와의 관계가 긴밀해지는 상황을 보면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본질적으로 러시아·중국 간 균형 구도를 다시 만들어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6자회담에 참여했던 자신의 아버지보다 지금 자신이 훨씬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김 위원장이 미국에 양보할 의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거결과가 미·중 패권 경쟁에도 영향을 줄까.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의 위협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강한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가하는 군사적 위협뿐 아니라 무역 문제와 지식재산권 탈취, 불공정 무역 관행 등이 포함된다.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만큼 양당의 의견이 폭넓게 일치하는 사안도 많지 않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다가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식으로 입장을 자주 바꾸고 있다. 따라서 그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의회에서는 대만 지원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상당히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라는 압박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나 다른 형태의 위협에 대비해 대만의 억지력을 높일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수 있다.
존 볼턴은 누구?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강경파로 통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과 주(駐)유엔 미국대사를 역임했으며, 2018~2019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에 관여했다. 북핵 문제와 이란 핵 개발에 대해 강경 대응을 주장해 왔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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