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연, 선택적 증착 기술 개발, 에틸렌 생산 수율 29배 향상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희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희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촉매를 구성하는 원자를 필요한 위치에만 정밀하게 배치해 메탄의 전환율을 기존보다 7.5배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수소에너지연구소 김희연 박사 연구팀이 촉매 원자의 크기와 위치, 주변 구조까지 정밀하게 제어하는 ‘선택적 화학기상증착(CVD)’ 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촉매는 화학반응을 빠르게 하거나 원하는 물질이 생성되도록 돕는 핵심 소재다. 같은 성분을 사용하더라도 원자가 어디에 어떤 구조로 배치되느냐에 따라 반응 효율이 크게 달라진다.

기존에는 촉매 성분을 액체에 녹여 지지체에 스며들게 하는 ‘액상법’이 주로 사용됐다. 제조 과정이 간단하고 대량생산에 유리하지만, 촉매 입자가 뭉치거나 필요한 위치에만 성분을 배치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촉매 원자를 원하는 위치에만 입히는 새로운 제조 공정을 고안했다.

먼저 기존 액상법으로 나노 크기의 보조 촉매를 만든 뒤, 기체 상태의 원료를 공급해 보조 촉매 표면에만 핵심 촉매 원자가 달라붙도록 했다. 이를 통해 촉매 성분을 원자 하나 또는 여러 원자가 모인 작은 집단 형태로 정밀하게 배치할 수 있다.

특히 기존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CVD 공정과 달리 비교적 낮은 온도와 상압에서 작동해 제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분말형 촉매뿐 아니라 산업용 성형 촉매에도 적용할 수 있어 대량생산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을 메탄을 에틸렌으로 직접 전환하는 화학반응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기존 제조법에서는 텅스텐과 망간 입자가 촉매 내부에 무작위로 분포해 반응 효율이 떨어졌다. 반면 연구팀은 망간 입자 표면에 텅스텐 원자를 달걀 껍데기처럼 선택적으로 입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그 결과 투입된 텅스텐 중 실제 촉매 반응에 활용되는 비율이 기존 28%에서 82%로 약 3배 높아졌다.

메탄 전환율은 6.9%에서 51.7%로 약 7.5배 증가했다. 에틸렌 생산 수율도 0.9%에서 26.0%로 약 29배 향상됐다.

섭씨 800도의 고온에서 180시간 동안 연속 운전한 결과 촉매 원자가 서로 뭉치지 않고 안정적인 구조와 성능을 유지했다.

이번 기술은 촉매의 성분과 함량, 크기를 조절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자의 위치와 주변 구조까지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앞으로 연료전지와 수전해 전극용 합금 촉매, 탄화수소 개질 촉매 등 다양한 에너지·화학 공정으로 기술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촉매 원자의 종류와 배치 구조를 반응 특성에 맞게 설계하는 ‘맞춤형 촉매 제조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김희연 책임연구원은 “선택적 CVD 기술은 기존 촉매 제조법의 양산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위치에만 촉매 성분을 배치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며 “연료전지와 수전해, 다양한 화학반응에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촉매 제조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9월 1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