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성과학연구소, 식물 군집 독성평가 기술 개발

- 식물 간 상호작용까지 분석, 위해성 예측 정밀화

실제 생태계의 식물 군집을 실험실에 재현한 모습.[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공]
실제 생태계의 식물 군집을 실험실에 재현한 모습.[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실험실에 26종, 455개체의 식물로 구성된 ‘작은 생태계’를 구현해 환경오염이 생물다양성과 식물 간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한 번에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는 환경안전성연구센터 김로사·김신웅 연구팀이 실제 자연환경과 유사한 식물 군집을 실험실에 재현하고, 화학물질의 생태독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기존 생태독성평가는 주로 한 종류의 생물을 대상으로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실제 자연에서는 여러 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개별 생물의 반응만으로 생태계 전체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남 진주 지역의 초지에서 채취한 토양 속 휴면종자를 활용했다. 휴면종자는 토양에 남아 있다가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면 발아하는 씨앗이다.

연구팀은 이 종자들을 실험실에서 발아시켜 26종, 총 455개체로 구성된 식물 군집을 재현했다. 동일한 조건에서 식물이 자라도록 해 실험의 반복성과 재현성도 확보했다.

다양한 식물종으로 구성된 실험용 식물 군집을 실내 생장 챔버에서 재배하는 모습.[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공]
다양한 식물종으로 구성된 실험용 식물 군집을 실내 생장 챔버에서 재배하는 모습.[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중금속인 카드뮴을 이용해 기술의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카드뮴 농도가 높아질수록 식물 종의 풍부도와 다양성이 감소했다. 식물 간 상호연계 네트워크도 점차 단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단일종 독성평가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식물 군집의 구조 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식물 간 관계 변화를 동시에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여러 식물이 함께 존재하는 군집이 개별 식물보다 외부 환경 스트레스에 상대적으로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군집 실험 결과를 기존 단일종 실험에 기반한 위해성평가 기준과 비교한 결과, 식물 군집은 화학물질의 영향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는 생태계 내 생물종 간 상호작용이 환경오염에 대한 저항성과 관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KIT 연구진. 황광현(왼쪽부터) 선임연구원, 김로사 기술연구원, 김신웅 선임연구원, 문희규 책임연구원.[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공]
이번 연구를 수행한 KIT 연구진. 황광현(왼쪽부터) 선임연구원, 김로사 기술연구원, 김신웅 선임연구원, 문희규 책임연구원.[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공]

이번 기술은 화학물질의 독성을 개별 생물 수준에서만 평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생태계와 유사한 환경에서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중금속과 각종 환경오염물질의 생태 위해성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고, 환경관리 기준과 생태계 보호 대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신웅 선임연구원은 “실제 자연과 유사하게 여러 식물이 함께 존재하는 상황을 실험실에서 재현하고, 그 변화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며 “화학물질이 실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관리하기 위한 연구 기반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지난 9월 19일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