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계 5㎞ 이내 그린벨트 풀어 7.7만가구 공급
전문가 “물량뿐 아니라 입지, 속도 등 고려” 평가
“단기 집값 안정은 글쎄” 교통망·분양비율 등 관건
홍지선 “서울 정비사업 3.1만 가구 연내 착공 지원”
[헤럴드경제=신혜원·윤승현 기자] 정부가 서울 인접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7만67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청년층 실수요자의 추격매수 심리가 일부 안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포·구리·하남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신규택지가 조성되는 만큼 향후 주택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착공·입주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공급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김포아라 3만7000가구 ▷구리건원 1만4600가구 ▷하남미사 K-컬처 1만2000가구 ▷하남감일2 6500가구 ▷의정부다락원 2600가구 ▷고양대곡지식융합 4000가구 등 그린벨트 6곳을 해제해 7만67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8·13 대책 신규택지 2만7200가구를 포함해 총 10만4000가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규택지 후보지 발표가 서울 경계 약 5㎞ 이내 그린벨트 지역에 집중된만큼 공급물량 뿐 아니라 입지, 속도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주택 수요를 외곽으로 분산하려면 단순히 택지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서울 출퇴근이 가능하고, 교육·상업·문화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도 “기존 철도망 또는 추진 중인 연장사업과 연계된 곳을 중심으로 교통망이 이미 확충되고, 실수요가 선호할 수 있는 구역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이라며 “특히 송파·강동 생활권과 맞닿은 하남감일·미사 일대 공급이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체감할 수 있는 공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외곽·경기 남부지역에 쏠렸던 추격매수세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가 신규택지 7만6700가구 공급 대상을 청년·신혼부부 등 2030세대 실수요자로 언급한 것도 이를 고려한 취지다.
남 연구원은 “서울 인접 우량입지에 공급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자의 조급한 추격매수를 누그러뜨리는 심리적 안정 효과로 일부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90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단기적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입주까지 수년 이상 소요되는 공급정책 특성상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수급 개선 폭이 크지 않은 탓이다. 정부도 최단기 착공 모델을 신규택지 6곳에 처음 적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입주 연도는 이르면 2033년으로 관측된다.
함 랩장은 “지구 지정과 토지 보상, 기반시설 조성, 주택 인허가와 착공을 거쳐야 입주가 가능한데 2030년 내 착공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착공 속도와 더불어 이번 공급 대책의 성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는 교통망 구축이 꼽힌다. 핵심 광역교통망이 입주 시점에 맞춰 적기 개통되지 않는다면 수도권 출퇴근난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택지) 입주물량 및 연계된 교통망 구축이 2030년으로 계획돼 있지만 실제로는 더 지연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대규모 택지일수록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확보가 선행돼야 하며, 교통량 증가를 우려하는 인근 주민의 반대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며 “하남·구리·남양주 등 동부권에 신규택지가 한꺼번에 몰려 있어, 지구별로 따로 교통대책을 세우기보다 동부권 전체를 하나로 묶은 광역교통 계획을 추가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분양·임대 등 공급 비율에 따라 무주택 실수요 흡수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 연구원은 “임대와 분양의 균형, 실수요 선호 평형을 얼마나 담아내느냐에 따라 같은 입지라도 수요 흡수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분양·임대 비율과 평형 구성을 조기에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규택지 공급이 중장기 물량 확보에 초점이 있는 만큼, 서울 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도심 공급 대책을 병행해 단기 시장 불안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날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주택정비사업 현장을 찾아 “올해 민간 정비 사업을 통해서 수도권 지역에 7만2000호 착공을 지원하고 있다”며 “상계 2구역이 포함된 서울 지역에 연말까지 3만1000호 착공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 랩장은 “현재의 시장 불안에 대응하려면 신규택지뿐 아니라 도심 정비사업과 공공임대, 비아파트 공급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도 “이번 발표지구가 모두 경기도인 만큼, 서울 내 신규 공급은 결국 정비사업 활성화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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