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차관출신 정승일·박성택 영입…정 사장, 미래 먹거리 창출 전략 총괄

최남호 전 차관, 오는 2일부터 삼성글로벌리서치(SGR) 고문으로 출근

조석 부회장, ‘대정전 사태’ 수습 소방수로 차관에 임명돼 단기간 수급

정승일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SK그룹 제공]
정승일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SK그룹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 차관 출신들이 SK과 삼성, 현대, 효성 등 주요 그룹의 임원으로 역량을 펼치고 있다. 고위 관료 출신들이 과거 사외이사로 그룹에 영입됐던 행태와 달리 주요 사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출신 고위 관료들이 금융지주계열 수장들을 맡고 있는 반면, 산업부 관료들은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과 데이터센터 설립, 반도체클러스터 건설 등 주요 그룹들의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1일 관가와 재계에 따르면 산업부 차관과 한국전력 사장을 지낸 정승일 전 SK㈜ 미래성장 담당 사장은 이날부터 SK이노베이션 사장 업무를 시작한다. 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력사업 전환과 미래 성장전략을 총괄한다.

정 사장은 서울 출신으로 경성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1997년 32세에 주미대사관 상무관을, 이듬해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실 행정관을 지냈다.

산업부 가스과장, 반도체전기과장, 에너지산업정책관, 자유무역협정정책관, 무역투자실장, 에너지자원실장 등 산업·통상·자원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에너지 양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 두곳 사장을 지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문재인 정부시절 임명됐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의 퇴진 압박에 밀려 중도 자진사퇴했다.

정 사장은 산업부 차관재임기간(2018년 9월~2020년 11월) 에너지 전환 , 일본 수출규제 등 주요 현안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박성택  SK차이나 사장[헤럴드경제DB]
박성택 SK차이나 사장[헤럴드경제DB]

SK는 앞서 올해 초 중국 사업 컨트롤타워인 SK차이나 사장에 박성택 전 산업부 차관을 영입했다. 박 사장은 행시 39회 출신으로 산업부 전력산업과장, 에너지정책관, 산업정책관, 무역안보정책관,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두루 거친 엘리트 오브 엘리트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대미 관세협상 전략 수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미조선업협력사업인 마스가를 기획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공식 브리핑에서 “한국이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고 언급한 ‘최선의 제안’이 박 사장이 차관시절 기획했던 한미조선업협력사업 마스가였던 것은 관가에 이미 알려진 사안이다.

박 사장은 산업부 재직시 모든 정책에 정통하고 다재다능한 아이디어맨으로 무역정책과장 시절 수출기업을 위해 업무방식을 ‘기다리는’에서 ‘찾아가는’으로 바꾸고, 원스톱에서 나아가 제로스톱(ZeroStop) 서비스를 하자는 취지로 ‘수출카라반’을 실시해 당시 수출 반등의 큰 역할을 했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SK에서 넘사벽인 정승일 전 차관과 박성택 전 차관을 영입했다는 것은 SK의 미래가 밝다는 의미로 평가받는다”면서 “이에 따라 SK주식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주식을 더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남호 산업부 전 차관[해럴드경제DB]
최남호 산업부 전 차관[해럴드경제DB]

또 최남호 전 산업부 차관은 오는 2일부터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SGR) 고문으로 출근한다. 삼성에서 산업부 차관을 사외이사가 아닌 상임 고문으로 영입한 첫 사례다. 최 차관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38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부에서 에너지자원정책관, 시스템산업정책관, 산업정책관,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고위공무원 승진 이후 산업부 대변인을 두 차례 맡을 정도로 소통에 강하다는 평이다. 지난해 6월 차관 이임이후에도 사무관과 서기관 등 후배들 저녁을 사비로 사주기 위해 세종에 종종 내려올 정도로 인맥관리도 강하다.

최 전 차관은 현재 삼성이 짓고 있는 경기 용인 국가산업단지와 400조 원 투자를 발표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구축에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생에너지와 소형모듈원전(SMR), 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 신사업 확장 관련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부회장도 산업부 차관 출신이다.행정고시 25회 출신인 조 부회장은 산업부에서 30여 년간 공직 생활을 하며 산업·통상·에너지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이후 2019년 HD현대일렉트릭으로 자리를 옮겨, 취임 1년 만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키며 ‘HD현대 경영인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조 부회장은 2019년 12월 HD현대일렉트릭의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 당시 156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를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으며, 2024년 영업이익을 6690억 원 규모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현대 맨’이 되기 전 그는 산업부에서 미주통상과 서기관, 총무과장, 원전사업지원단장, 자원정책심의관, 에너지정책기획관, 산업경제정책관, 성장동력실장, 제2차관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로 꼽혀왔다. 또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회장 등 공공기관장과 국제 협회장으로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특히 조 부회장은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맡았던 2004~2006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 최초로 주민 투표 방식을 도입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 시절 ‘대정전 사태’ 수습을 위한 소방수로 제2차관에 임명돼 당시 어수선했던 조직을 최단기간에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한수원 사장 취임 당시에도 원전 부품 비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었으나, 재임 3년 동안 국내 원전 사상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ENEC)와 1조 원 규모의 운영 용역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도 산업부 차관출신이다. 우 대표는 행정고시 27회 최연소 수석합격으로 1983년 공직에 입문한후 최연소 산업정책과장 자리를 꿰찼고 미주 한국대사관 상무공사참사관을 거쳐 통상협력국장, 통상교섭실장, 통상차관보, 제2차관을 역임했다. 이후 연세대 특임교수를 거쳐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직을 거쳐 효성중공업으로 영입됐다.

우 대표는 공직 근무때 주력산업정책관, 산업기술정책관을 지내면서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갖춘데 다 통상협력정책관, 주력시장정책관 등을 지내면서 폭 넓은 시야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상무관으로 일할 때 펴낸 ‘세계경제를 뒤흔든 월스트리트 사람들’, 주력산업정책관 당시 ‘주력산업경쟁력보고서’ 등 주요 보직을 옮길 때마다 업무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담아 책을 펴냈던 것은 관가에 유명한 일화다.

이호준 전 산업부 기획조정실장도 오는 2일부터 포스코홀딩스 글로벌통상정책 부사장에 임명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실장은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산업자원부 구미협력팀장,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정책과장, 장관비서관 등을 역임하고 2014년부터 3년간 외교부 주중화인민공화국대한민국대사관 공사참사관직을 수행했다.

2017년 복귀 이후에는 산업부 통상협력국장, 투자정책관, 정책기획관,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지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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