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물적 인프라 부족…조기안착 TF 가동, 각 지방청도

AI 금융권 해킹 사태에는 불개시 결정…“경찰이 해온 사건”

리니언시 접수에는 공소청과 대립…“수사기관이 해야” 주장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임세준 기자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지난달 2일 검찰청 폐지로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했으나, 한 달이 지난 현재 개문발차(문을 열고 달림) 부작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수청 안팎에서는 10월 2일이라는 디데이를 잡아놓고 출범해 생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부작용과 더불어 ‘기관 이기주의’까지도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사건 쇼핑, 사건 고르기 논란이다. 담합 등 성과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건에는 적극성을 보이지만, 해킹 사태 등 실체 규명이 녹록지 않아 보이는 사건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지난달 16일 김지용 청장 지시에 따라 조기 안착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조기안착 전담 TF 구성 지시는 임명안이 재가된 이후 김 청장이 첫 출근해 내린 지시다. 각 지방청도 자체 TF를 구성·운영해 본청과 과제별 추진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조기안착 전담 TF가 구성된 것은 당장 기본 인프라 자체가 갖춰지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달 2일 출범하면서 중수청은 정원의 66%대 인력만 충원한 상태다.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사건이 없어 수사 인력 부족을 직접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존재 입증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업무에 나선다는 방침 속 일이 몰리면 실무선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허리 역할을 하는 4급, 5급은 충원율이 각 22.6%, 31.8%에 그친 상태다. 핵심 수사를 담당할 서울중수청은 25개 과장 보직 중 11개가 공석인 상태로 알려졌다. 중수청은 외부 전문가 경력채용 등을 통해 공석을 채우겠다는 입장이나, 설사 외부 전문가가 오더라도 전문성 논란과 함께 기존 구성원과 화학적 결합도 숙제로 꼽힌다.

물적 기반 역시 부족한 상태다. 당장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사건 이첩 수신과 접수, 배당 등 필수 기능만 가능한 상태다. 사건 처리 등 기능은 다음 달에나 열릴 예정이다. 자체 킥스 구축은 3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대표적인 개문발차 부작용으로 꼽힌다.

김지용 중수청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에서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공소청 차장검사)을 예방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
김지용 중수청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에서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공소청 차장검사)을 예방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

이런 가운데 중수청이 자체 인지해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서는 이른바 1호 사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수청은 지난달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고발당한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반면 경찰도 수사를 진행 중인 한동훈 무소속 의원 자녀 허위 스펙 사건은 반부패수사국이 배당받아 검토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 고르기 논란이 불거졌다. AI(인공지능) 소행으로 추정되는 금융권 해킹 사건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달 21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외 중수청 수사 대상인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을 추가 인지해 중수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중수청은 “수사 진행 경과를 확인해 불개시를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중수청법 2조에 규정된 중수청 수사 대상 중대범죄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가 포함돼 있다. 중수청이 상당 부분 수사가 진행된 점, 해외 유관기관과 국제 공조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경찰에 사건을 떠넘긴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핑퐁’ 논란도 있었다. 일각에선 중수청이 수사할 여건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기관 이기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일도 있다. 대표적으로 담합 사건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 접수를 놓고 공소청과 갈등을 빚는 상황이다. 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현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중대범죄기소4부·부장 나희석)는 지난달 2일 폐지 직전까지 설탕과 밀가루, 유가, 석유화학 제품 등 담합을 수사해 성과를 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칭찬했다.

그러나 검사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리니언시 접수 주체를 놓고 공소청과 중수청 사이 의견 대립이 생겼다. 공소청은 지난달 16일 기소·구형 권한이 있는 공소청이 접수하는 것을 전제로 협력 규정 신설 등 관련 예규를 개정했다. 하지만 중수청은 지난달 27일 입장을 내고 “수사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부합하다”라고 반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청장과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공소청 차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처음 만났다. 중수청은 “전반적인 형사사법체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상호 협력 중요성에 공감했다”라며 “협력 방안도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향후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bel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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